현대상선 ‘공모 사채’ 8100억 미지급 사태

“무보증 공모사채 1200억 연체” 공시
기한남은 6900억도 기한이익 상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이 7일 8100억원 규모의 사채원리금 미지급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들 회사채를 가진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현대상선은 이날 만기가 돌아온 무보증 공모사채 176-2회 12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연체하면서 나머지 공모사채인 177-2회, 179-2회, 180회, 186회의 기한이익이 모두 상실됐다. 현대상선이 회사채 상환을 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공모사채 일부가 연체되면 사채모집위탁계약서 및 사채관리계약서에 따라 나머지 사채도 기한의 이익이 자동으로 상실돼 원리금 미지급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빌린 돈을 만기 전까지 자유롭게 쓸 권리를 말하는 기한이익을 상실하면 채권자들은 원리금 즉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현대상선의 회사채 원리금 미지급은 사실상 예상됐던 일이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17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176-2회 무보증사채 1200억원에 대해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만기 3개월 연장을 추진했으나 참석자 대다수의 반대로 부결됐다.

올해 7월7일 만기인 177-2회는 2400억원, 내년 3월28일 만기인 179-2회는 600억원, 내년 7월3일 만기인 180회는 3300억원, 2019년9월10일 만기인 186회는 543억원이다. 이들 공모사채 금액을 모두 더하면 8043억원이고 이자 57억여원을 합해 8100억원의 원리금 미지급이 발생한 것이다.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고자 외국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을 4월까지 마치고 올해와 내년에 만기도래하는 전체 공모사채를 대상으로 일괄 사채권자 집회를 6월께 개최해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29일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체결했고 31일에는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케이비(KB)금융지주를 결정했다. 현대상선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산매각 등 자구 노력과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협약채권자 채무조정 등을 추진해왔다.

현대상선은 사채권자들의 손실 분담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 쪽은 “산업은행과 맺은 자율협약은 선주 및 사채권자를 포함한 모든 비협약 채권자의 공평한 채무조정을 전제로 한 조건부 협약”이라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공평한 손실 분담을 통한 채무조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벌크전용선사업부, 부산신항만 지분, 현대증권 매각으로 확보하는 자금을 만기가 도래한 채무 상환에 쓸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산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은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 4일 현대상선에 자금관리단을 파견해 유동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산업은행은 “현대증권이 성공적으로 매각돼 정상화 추진 여건이 다소 개선됐지만, 기존의 정상화 방안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조8천억원에 달하는 현대상선의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자산 매각으로 확보된 유동성을 일부 채권자의 채무 상환에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규원 박승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