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오른쪽)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춘계대회’에서 재닛 옐런(왼쪽 두번째)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일·네덜란드와 함께 지목
“재정 여력 충분…적극적 정책을”
‘건전성 중시’ 정부 고민 깊어질 듯
정부선 추경 편성·세금 감면보다
내년 본예산 확대 편성 검토키로
“통화정책만으론 균형 성장 불가”
G20 공동선언문도 재정정책 강조
“재정 여력 충분…적극적 정책을”
‘건전성 중시’ 정부 고민 깊어질 듯
정부선 추경 편성·세금 감면보다
내년 본예산 확대 편성 검토키로
“통화정책만으론 균형 성장 불가”
G20 공동선언문도 재정정책 강조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을 독일, 네덜란드 등과 함께 재정 여력이 충분한 나라로 지목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장기 저성장을 극복하려면 세계 각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온 언급으로 한국 정부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재정 건전성을 매우 중시하는 재정 운용을 해온 우리 정부가 외부 압력 때문에 기조를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G20 경제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라가르드 총재가 재정 여력이 있는 나라는 적극적으로 재정 (확장) 정책을 해줘야 한다며, 인프라와 재정 건전성이 갖춰진 나라로 한국과 독일, 네덜란드를 꼽았다”고 전했다. 특정 국가를 직접 거론하며 확장적 재정 정책을 촉구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 총재는 이어 “우리 재정 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한 건 사실”이라며 “(재정 지출을) 더 해야 할지, (재정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우리 정부가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이 2014년에 낸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주요국 가운데서도 ‘재정 여력’(241.1)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국제통화기금이 각 나라의 국가채무·재정규모·국채 금리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 이 지표는 124 이상이면 중장기적으로 재정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단기 지출 여력이 높은 안정등급으로 분류된다.(그림 참조)
그러나 정부는 일단 4·13 총선 이후 여소야대를 형성한 국회 상황과 경기 여건을 고려해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이나 세금 감면·재정 조기 집행보다는, 내년 본예산을 확대 편성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선 재정 여력을 활용하는 제일 쉬운 방법은 추경 편성이나 세금 감면이지만 추경은 할 때가 아니고 세금 감면도 남발할 수 없다”며 “결국은 내년 예산(증가율)을 (계획보다) 더 늘리고 (재정) 적자 폭도 더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을 곧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추경은 (정부가 하고 싶어도) 총선 이후 더 어렵게 됐다. 야당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G20 경제회의는 이날 확장적 재정 정책을 뼈대로 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 있는 성장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신뢰 제고를 위해 재정 정책을 유연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국가별 재정 운용 원칙과 평가지표를 마련한 뒤 오는 7월 열릴 회의에 보고하기로 합의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G20 경제회의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정책이 이렇게 강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일본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취할 정도로 통화 정책 여력이 약화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회의 결과는 앞서 구조개혁 우선론을 편 독일과 재정 지출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 등을 앞세운 미국·일본·국제통화기금(IMF) 등의 대립 구도에서 미국 등이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재정 여력이 있는 독일 등이 합의를 따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워싱턴/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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