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지키려 달러 매도 추정
시장개입 제한하라는 압박 받을듯
중국·일본·독일·대만도 대상 포함
시장개입 제한하라는 압박 받을듯
중국·일본·독일·대만도 대상 포함
미국 재무부가 29일(현지시각) 올해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한국을 중국·일본·독일·대만과 함께 ‘관찰대상국 (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 직·간접적인 무역제재를 받을 수 있는 이른바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지정은 피했으나 미국은 “금융시장이 무질서한 환경에 처할 때만” 시장 개입을 제한하도록 압박해 우리 외환당국의 정책 대응에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
미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이들 다섯 나라의 경제동향과 외환정책을 밀착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대미 무역 흑자가 미 국내총생산(GDP)의 0.1%에 해당하는 200억달러를 넘어서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디피의 3%를 넘어서며, 외환시장 개입을 목적으로 지피디 2%를 넘어서는 외화를 사들였을 때다. 이번에 한국, 중국, 일본, 독일은 첫번째와 두번째 요건에 해당되며, 대만은 두번째와 세번째 요건에 해당된다.
관찰대상국 분류는 우리나라의 외환정책이 지속적으로 감시받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은 한국 외환당국이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1~3월에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260억달러를 매도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는 수년간 원화가치 상승을 막으려고 불균형한 개입을 하던 것에서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개입이 금융시장이 무질서한 환경에 처할 때로만 제한되어야 하며, 원화가치 상승은 중기적으로 한국이 현재의 수출의존적 경제에서 탈피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짚었다. 또 “외환개입의 투명성을 더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조처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환율정책의 ‘슈퍼 301조’로 평가되는 ‘베닛·해치·카퍼(Bennet·Hatch·Carper·BHC)법’이 올해 2월부터 발효된 데 근거한 것이다. 핵심 취지는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는 환율개입(인위적 환율인상)을 수출 보조금을 준 것으로 보고 보복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의 최근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유가폭락에 따른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무역질서 속에서 힘의 논리에 따라 특정 국가의 환율정책에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관찰 대상국에는 포함됐지만 이는 미국 재무부가 항상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 환율정책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아소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우리의 환율에 대한 대응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1일 전했다. 환율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는 미국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정세라 김경락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