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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조선·해운 부실 키운 산은 뒤엔 ‘이중 낙하산’ 판쳤다

등록 2016-05-09 19:41수정 2016-05-12 14:23

경제 좀먹는 ‘낙하산 인사’

산은 수장엔 ‘친정부 낙하산’
박대통령 ‘낙하산 인사’ 비판하더니
대선캠프 출신 홍기택 회장 앉혀
구조조정 실기 연 1조넘는 적자에도
연봉은 4억~5억씩 꼬박꼬박 챙겨
이동걸도 대선 지원연설 ‘영남대맨’
MB정부 민유성·강만수 전철 답습

산은 임직원들은 자회사 ‘착륙’
5년새 임직원 43명 자회사 재취업
“파견 관리단, 접대 받고 잇속 급급”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조선 및 해운업종 기업에서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1998년 이후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조선 및 해운업종 기업에서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1998년 이후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최근 공기업·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이런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는데 다음 정부나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하겠다.”(2012년 12월25일 박근혜 당선자)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이명박 정부 말기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이렇게 비판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되레 더 당당하게 낙하산 인사를 단행했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다. 그렇게 임명된 낙하산들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고 자신의 안위를 돌보는 데 치중했고, 이는 ‘부실 악화’와 ‘구조조정 실기’로 국민 부담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산업은행 회장은 홍기택 중앙대 교수였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힘찬경제추진단’의 위원으로 활동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에서도 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제가 낙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가 없다”며 스스로 낙하산임을 인정했다. 임명제청권을 행사한 금융위원회는 그를 “적임자”라고 했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은 2013년과 2015년에 산업은행에 각각 순손실 1조4474억원, 1조8951억원을 안겼다.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친데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 부실 악화에 대해 “송구스럽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영 실패에도 홍 전 회장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영전했다.

뒤를 이은 이동걸 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이 이사로 있는 영남대 교수로 있으면서 박 후보자에 대한 금융인 지지선언을 주도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보은인사”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정책 금융이나 구조조정에 대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산업은행 수장은 대대로 낙하산 인사의 온상지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민유성(2008년 6월~2011년 3월) 전 리먼브러더스 한국대표와 강만수(2011년 3월~2013년 4월)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 자리를 꿰찼다. 나기상 금융노조 대변인은 “낙하산 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크게 늘었고 박근혜 정부는 이를 근절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들은 산업은행을 이끌면서 고액의 연봉을 챙겼다. 산업은행이 1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2013년에도 홍기택 전 회장의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 약 4억원에 달했다. 산업은행 출신인 신대식 대우조선해양 전 감사실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민유성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시도하다 실패해 그 책임이 있는데도 자신의 연임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비판했다.

임직원들도 ‘수장’을 빼닮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2011~2015년 산업은행 임직원 43명이 퇴직한 뒤 산은 자회사 등에 취업했으며 이들 가운데 35명은 1개월 안에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나 정치권의 질타를 받았다. 그사이 신규 대출이나 대출연장이 이뤄진 곳도 16곳에 이른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파견된 산업은행 채권단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에 올랐다. 산업은행 채권단 관리를 받아본 한 그룹의 임원은 “채권단 관계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골프나 해외여행 접대를 받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구조조정 의지보다 대주주에게 잘 보여 경영정상화 이후에 재취업하려는 데 급급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신대식 전 실장은 “부실한 회사의 경영진이나 노조, 산업은행 모두 구조조정을 하기보다 부실한 채로 회사를 끌고 가는 게 이익이 되는 구조였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저가 수주를 모두 눈감아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적자는 곧 국민 세금 유출”이라는 이동걸 회장의 말을 무색하게 하는 행태들이다. 그사이 산업은행의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정훈 박승헌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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