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격년 주기로 펴내는 ‘한국경제보고서’는 외국인이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자료 중 하나다. 이 기구가 펴낸 지난 10여년간 한국경제보고서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노동 개혁’ 권고의 무게 중심도 시기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된 2016년판 보고서를 비롯해 2000년 이후 발간된 각 보고서를 살펴보면, 노동 시장 개혁이라는 표현은 동일하나 그 접근법이나 문제의식에 뚜렷한 변화가 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노동 개혁의 핵심을 사실상 ‘노동시장 유연화’로 봤다. 정리 해고는 물론 작업장 내 전환 배치조차 어려운 경직적인 노사 관계나 노동 법제가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전반적인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시각이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빼면 여성과 청년, 노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남아있는 유일한 노동 개혁 과제로 거론됐다.
이런 시각은 2008년을 기점으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2008년 한국경제보고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주제로 한 별도의 장을 아예 마련했다. 주로 오이시디 회원국에 견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규모를 연령과 기업규모, 산업, 교육 수준별로 따져본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상황에 대해 좀더 면밀한 메스를 들이댔다고 볼 수 있다.
큰 폭의 변화는 2014년 보고서에서 발견된다. 이 보고서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의 목적 중 하나로 사회 통합과 역동성 강화를 제시한다. 과거엔 노동을 기업 활동의 비용으로만 보고 ‘더 싼 노동’을 강조했다면, 2014년부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 확대가 경제의 성장성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사회통합까지 저해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맞춰 노동 개혁의 무게 중심도 정규직의 고용 보호 완화에서 비정규직의 노동 여건 개선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2016년 보고서엔 비정규직의 3대 사회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가입률이 54.1%에 머물며 정규직(96.9%)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현실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 대한 제재와 사회보험 가입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를 담았다. 올해 보고서 발표에 앞서 진행된 국내 전문가와 간담회에서 랜덜 존스 오이시디 한국·일본 담당관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현상을 소득 불평등 확대와 연계해 설명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오이시디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기된 포용적 성장이라는 틀 속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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