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그룹이 지원하라” “검토 안해”…산업은행-삼성중공업 신경전

등록 2016-05-19 19:50수정 2016-05-19 22:29

압박하는 산업은행
삼성이 포기하는 최악상황 우려
“미리 그룹 차원 지원 받아놔야”

급할 것 없다는 삼성중공업
“산은이 자금 회수만 않으면
자체 노력으로 정상 활동 가능”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 지원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정부 관계자)

“그룹 차원의 지원이나 총수의 사재 출연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삼성중공업 관계자)

삼성중공업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산은과 금융당국은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에, 삼성중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극복이 가능한 만큼 그룹 지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버티는 모양새다.

표면상으론 자구안만으로 경영정상화가 가능한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나 그 속내는 다른 데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중은 지난 17일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산은에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했는지에 대해 19일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상환이 급박한 부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쌓아둔 이익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여유 자금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중은 산은이 자금 회수만 하지 않는다면 자구 노력으로 정상적 기업활동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사내유보금은 3조6102억원이고, 현금성 자산은 2조794억원이다. 3월 기준 부채비율은 254%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산은의 시각은 다르다. 삼성중이 단기적으론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수주 잔량이나 손실 위험이 높은 해양플랜트(원유 시추·생산 설비) 사업의 비중을 고려할 때 언제든 적자 규모가 급격하게 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 삼성중은 이번 자구안에서 단기차입금에 대한 만기 연장을 요청하기도 했다. 산은 관계자는 “삼성중에 필요한 단기 유동자금은 3조8천억원가량인데 여전히 2조원 안팎이 부족하다. 이를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건지에 대한 방안은 없고 차입금 만기 연장 요청만 했다”고 밝혔다. 이에 산은은 삼성중에 자구안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기로 했다.

삼성중은 올해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한데다 현재 수주 잔량도 2년 정도 뒤면 바닥난다. 여기에 매출의 65%(지난해 기준)가 해양플랜트 사업인데, 저유가로 인해 기존 사업이 취소되고 있고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주문한 4조원 규모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FLNG) 설비 계약이 전격 취소되기도 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분석가는 “최근 시추선 인도가 늦어져 7천억원의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발주 금액의 상당 부분을 인도 때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인해 유동성 확보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자구안의 타당성보다 산은과 금융당국이 더 경계하는 건 삼성그룹이 ‘꼬리 자르기’에 나설 가능성이다. 삼성그룹이 최악의 경우 삼성중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을 맡은 2년 전부터 삼성은 화학과 건설 계열사 등 업황이 좋지 않은 사업 분야를 정리해 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업 재편을 진행해온 삼성 입장에선 조선업은 계륵 같은 존재로 가능한 한 다른 신산업에 투자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추가로 삼성중에 자금을 지원했는데도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면 여론의 비난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면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삼성중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정부의 속내다. 정부 관계자는 “삼성이 사회적 비난을 의식해 삼성중공업을 쉽게 포기하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삼성그룹이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채권단도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지원이나 총수의 사재 출연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삼성중의 최대주주(지분율 17.62%)이지만 삼성중이 독자적으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삼성중공업의 어려움이 현실화된다면 유상증자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는 당연히 이재용 부회장이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 부회장이 시장에 ‘대주주로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이정훈 기자 ch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