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생산공장에 노동자 대신 점점 더 많은 기계를 투입하는 것도 노동소득분배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사람 대신 로봇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한 자동차 생산공장 내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22) 양극화와 경제성장 경제활동은 크게 세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어.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파는 과정, 물건과 서비스를 팔아 번 돈을 서로 나누는 과정, 이렇게 생긴 돈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사서 쓰는 과정이야. 이를 생산-분배-소비라고 해. 경제는 이 세 부문으로 구성된 경제활동이 서로 순환하면서 돌아가지. 이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고장이 나면 경제는 삐걱거리거나 돌아가지 않아. 생각해봐. 물건을 만들기는 했는데(생산은 했는데) 사서 쓰는 사람이 없다면(소비가 없다면) 경제가 돌아갈까? 살 사람도 없는 물건을 누가 또 만들려 하겠어. 요즘 경제가 안 좋다는 말 많잖아. 일하고 싶은 언니·오빠들은 취업이 잘 안되고, 일하고 계시는 엄마·아빠는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일자리를 잃거나 월급이 깎이고 있어. 또 다른 한편에는 부자는 더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더욱 가난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한창이지. 또 다른 끝에는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고 아우성이야. 한마디로 생산-분배-소비가 제각각 삐걱대고 있고 셋을 서로 이어주는 고리도 약해지고 있다는 거야. 오늘날 경제가 나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어. 경제란 생산-분배-소비의 순환
한 곳이라도 고장나면 문제야
경제 어려운 건 분배구조 잘못 탓
고소득-저소득 가구 양극화 심화
기업-직원 나누는 몫 격차도 커져 양극화는 자연스런 과정 아니라
경제성장 발목 잡는 요인이에요
대기업이 헐값에 납품받거나
기술 빼앗아오는 건 엄연히 잘못
세금·복지 통한 ‘소득 재분배’ 필요 가구 간 소득 격차 벌어지고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은 주로 생산 부문에만 주목하는 습관이 있어. 좀더 싸고 좀더 나은 물건을 만들지 못해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보는 거야. 다시 말해 생산 부문의 경쟁력만 키우면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거지. 하지만 너희도 눈치챘겠지만 이런 판단은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려. 앞에서 경제는 생산-분배-소비라는 세 바퀴가 고르게 잘 돌아갈 때 좋아진다고 했잖아. 이번에는 경제활동의 한 축인 분배 부문을 살펴보려 해. 분배 부문이 어떻게 돼 있기에 경제가 어려워졌는지 말이야. 분배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어. 부잣집과 가난한 집의 소득 차이를 통해 분배 상황을 볼 수 있고, 가계와 기업 간의 소득 차이를 통해서도 분배의 수준을 파악해. 왜 그러냐고? 분배가 보통 두 가지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지. 생각해보면 간단해. 사람들이 기업에서 일하며 물건을 만들고, 이 물건을 팔아 돈을 번다고 생각해보자고. 그럼 이 물건 팔아 번 돈은 어떻게 나뉠까? 그렇지. 일단 기업 몫과 직원 몫으로 나눠. 여기서 분배가 한 번 이뤄지는 거지. 그다음은 직원 몫, 그러니까 물건 팔아 번 돈에서 기업이 자기 몫을 떼어가고 남은 돈을 직원끼리 나눠. 여기서 두 번째 분배가 이뤄져. 분배의 과정이 이렇게 두 단계로 나눠지니, 분배 상황을 보려면 두 가지로 나눠서 봐야 해. 우선 두 번째인 직원 간 분배 수준부터 살펴보자고. 한 공장 내에서는 직원 몫이지만, 나라 경제 전체로 봤을 때는 ‘가구 몫’이라고 불러. 따라서 직원들 간 분배를 나라 경제 전체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가구 간 소득 차이로 분배 상황을 파악한다는 뜻이야. 가구 부문의 분배 수준을 보여주는 잣대는 여러 가지가 있어. 여기서는 ‘5분위 배율’로 살펴보려 해. 5분위 배율은 소득 수준 기준으로 전체 가구를 다섯 토막으로 나누고, 이 중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소득 상위 20% 가계) 가구 소득을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으로 나눈 값을 가리켜. 5분위 배율이 클수록 소득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고, 그 반대이면 양극화 수준이 낮은 게 되겠지? 5분위 배율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우리나라 통계청은 방문조사 과정을 거쳐 이 배율을 매년 작성하고 있어. 이를 보면, 지난해 5분위 배율(도시에 사는 2인 이상 가구 기준)은 5.67이라고 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 소득의 5.67배라는 뜻이야. 저소득 가구가 100만원 벌면, 고소득 가구는 567만원 벌고 있다는 얘기도 되지. 꽤 차이가 나지?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니야. 1990~1995년 초에는 3.85~3.93배 정도였어. 그 뒤로 조금씩 격차가 확대되다가 2000년대 들어서 확 커졌지. 1990년대 후반에는 3.97~4.93배,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3.55~5.17배였어. 2008년에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치인 6.11배까지 치솟았지. 현재는 그때보다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1990년대에 견줘선 양극화 수준이 더 큰 셈이지. 그럼 왜 이런 일이 빚어졌을까? 일단 일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인 임금(근로소득)에서 차이가 확대됐기 때문이야. 정규직으로 일하느냐 비정규직으로 일하느냐에 따라 임금 차이가 40% 정도 나고 있어. 또 대기업에서 일하느냐 중소기업에서 일하느냐에 따라서도 임금 차이가 커지고 있지. 요즘에는 임금 소득 격차뿐만 아니라 갖고 있는 재산(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도 소득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조명받고 있어. 예컨대 부모로부터 아파트 몇 채, 현금 몇 억씩 물려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소득 격차가 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어. 아파트를 남에게 빌려주면 월세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고, 물려받은 현금으로 은행에 맡겨만 둬도 이자라는 소득을 챙길 수 있잖아.
소득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기업이 물건을 생산해 시장에 내놓더라도 이를 살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소비자가 줄어들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정기세일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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