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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소득 격차 줄이려면 정부가 구원투수 나서야 돼

등록 2016-06-03 20:08수정 2016-06-04 10:22

기업들이 생산공장에 노동자 대신 점점 더 많은 기계를 투입하는 것도 노동소득분배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사람 대신 로봇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한 자동차 생산공장 내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기업들이 생산공장에 노동자 대신 점점 더 많은 기계를 투입하는 것도 노동소득분배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사람 대신 로봇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한 자동차 생산공장 내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김경락의 초딩 이코노미
(22) 양극화와 경제성장

경제활동은 크게 세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어.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파는 과정, 물건과 서비스를 팔아 번 돈을 서로 나누는 과정, 이렇게 생긴 돈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사서 쓰는 과정이야. 이를 생산-분배-소비라고 해.

경제는 이 세 부문으로 구성된 경제활동이 서로 순환하면서 돌아가지. 이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고장이 나면 경제는 삐걱거리거나 돌아가지 않아. 생각해봐. 물건을 만들기는 했는데(생산은 했는데) 사서 쓰는 사람이 없다면(소비가 없다면) 경제가 돌아갈까? 살 사람도 없는 물건을 누가 또 만들려 하겠어.

요즘 경제가 안 좋다는 말 많잖아. 일하고 싶은 언니·오빠들은 취업이 잘 안되고, 일하고 계시는 엄마·아빠는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일자리를 잃거나 월급이 깎이고 있어. 또 다른 한편에는 부자는 더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더욱 가난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한창이지. 또 다른 끝에는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고 아우성이야.

한마디로 생산-분배-소비가 제각각 삐걱대고 있고 셋을 서로 이어주는 고리도 약해지고 있다는 거야. 오늘날 경제가 나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어.

경제란 생산-분배-소비의 순환
한 곳이라도 고장나면 문제야
경제 어려운 건 분배구조 잘못 탓
고소득-저소득 가구 양극화 심화
기업-직원 나누는 몫 격차도 커져

양극화는 자연스런 과정 아니라
경제성장 발목 잡는 요인이에요
대기업이 헐값에 납품받거나
기술 빼앗아오는 건 엄연히 잘못
세금·복지 통한 ‘소득 재분배’ 필요

가구 간 소득 격차 벌어지고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은 주로 생산 부문에만 주목하는 습관이 있어. 좀더 싸고 좀더 나은 물건을 만들지 못해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보는 거야. 다시 말해 생산 부문의 경쟁력만 키우면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거지. 하지만 너희도 눈치챘겠지만 이런 판단은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려. 앞에서 경제는 생산-분배-소비라는 세 바퀴가 고르게 잘 돌아갈 때 좋아진다고 했잖아. 이번에는 경제활동의 한 축인 분배 부문을 살펴보려 해. 분배 부문이 어떻게 돼 있기에 경제가 어려워졌는지 말이야.

분배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어. 부잣집과 가난한 집의 소득 차이를 통해 분배 상황을 볼 수 있고, 가계와 기업 간의 소득 차이를 통해서도 분배의 수준을 파악해.

왜 그러냐고? 분배가 보통 두 가지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지. 생각해보면 간단해. 사람들이 기업에서 일하며 물건을 만들고, 이 물건을 팔아 돈을 번다고 생각해보자고. 그럼 이 물건 팔아 번 돈은 어떻게 나뉠까?

그렇지. 일단 기업 몫과 직원 몫으로 나눠. 여기서 분배가 한 번 이뤄지는 거지. 그다음은 직원 몫, 그러니까 물건 팔아 번 돈에서 기업이 자기 몫을 떼어가고 남은 돈을 직원끼리 나눠. 여기서 두 번째 분배가 이뤄져.

분배의 과정이 이렇게 두 단계로 나눠지니, 분배 상황을 보려면 두 가지로 나눠서 봐야 해. 우선 두 번째인 직원 간 분배 수준부터 살펴보자고.

한 공장 내에서는 직원 몫이지만, 나라 경제 전체로 봤을 때는 ‘가구 몫’이라고 불러. 따라서 직원들 간 분배를 나라 경제 전체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가구 간 소득 차이로 분배 상황을 파악한다는 뜻이야.

가구 부문의 분배 수준을 보여주는 잣대는 여러 가지가 있어. 여기서는 ‘5분위 배율’로 살펴보려 해. 5분위 배율은 소득 수준 기준으로 전체 가구를 다섯 토막으로 나누고, 이 중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소득 상위 20% 가계) 가구 소득을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으로 나눈 값을 가리켜. 5분위 배율이 클수록 소득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고, 그 반대이면 양극화 수준이 낮은 게 되겠지?

5분위 배율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우리나라 통계청은 방문조사 과정을 거쳐 이 배율을 매년 작성하고 있어. 이를 보면, 지난해 5분위 배율(도시에 사는 2인 이상 가구 기준)은 5.67이라고 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 소득의 5.67배라는 뜻이야. 저소득 가구가 100만원 벌면, 고소득 가구는 567만원 벌고 있다는 얘기도 되지. 꽤 차이가 나지?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니야. 1990~1995년 초에는 3.85~3.93배 정도였어. 그 뒤로 조금씩 격차가 확대되다가 2000년대 들어서 확 커졌지. 1990년대 후반에는 3.97~4.93배,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3.55~5.17배였어. 2008년에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치인 6.11배까지 치솟았지. 현재는 그때보다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1990년대에 견줘선 양극화 수준이 더 큰 셈이지.

그럼 왜 이런 일이 빚어졌을까? 일단 일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인 임금(근로소득)에서 차이가 확대됐기 때문이야. 정규직으로 일하느냐 비정규직으로 일하느냐에 따라 임금 차이가 40% 정도 나고 있어. 또 대기업에서 일하느냐 중소기업에서 일하느냐에 따라서도 임금 차이가 커지고 있지.

요즘에는 임금 소득 격차뿐만 아니라 갖고 있는 재산(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도 소득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조명받고 있어. 예컨대 부모로부터 아파트 몇 채, 현금 몇 억씩 물려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소득 격차가 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어. 아파트를 남에게 빌려주면 월세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고, 물려받은 현금으로 은행에 맡겨만 둬도 이자라는 소득을 챙길 수 있잖아.

소득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기업이 물건을 생산해 시장에 내놓더라도 이를 살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소비자가 줄어들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정기세일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소득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기업이 물건을 생산해 시장에 내놓더라도 이를 살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소비자가 줄어들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정기세일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가계와 기업 간 소득 격차도 확대

그럼 가계와 기업 간의 분배 상황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볼까. 이때는 노동소득분배율이라는 잣대가 쉬워. 계산법에 따라 결과는 좀 다르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국책연구원인 한국노동연구원이 타당하다고 주장한 계산법을 기준으로 살펴볼게.

노동소득분배율은 말 그대로 벌어들인 소득을 자본(기업)과 노동이 어떤 비율로 나눠 갖고 있는지를 보여줘. 원래 이론적으로는 이 비율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특히 우리나라 현실에선 좀 다르게 나타나.

1990년대 중반까지 조금씩 오르던 이 비율이(즉 노동 몫이 상대적으로 커갔다는 의미) 그 이후부터는 빠르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1996년엔 노동소득분배율이 79.8%였는데, 2012년엔 68.1%라는 거야. 15년 만에 10%포인트 남짓 떨어진 거야. 다시 말해 1996년엔 100만원을 벌면 기업이 20만원을 갖고 직원이 80만원을 가져갔다면, 2012년엔 기업이 10만원 더 가져가고 직원은 그만큼 덜 가져가고 있다는 뜻이야.

기업 몫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들이 있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임금이 잘 오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

회사는 갈수록 몸집이 불어나는데 직원들 호주머니는 가벼워졌다는 거야. 여기에도 몇 가지 이유들이 있어. 노동조합이 줄어들거나 힘이 약해졌고(임금은 경영진과 직원의 협상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직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없거나 힘이 약하면 임금이 잘 오르지 않겠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힘보다 기계의 힘이 더 커진 것(10명이 한 일을 기계 1대가 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노동 몫은 줄어들겠지?)도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지는 하나의 원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어.

이외에도 노동자들 중에 적은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가 부쩍 늘어난 것(정규직 노동자 10명이 한 일을 정규직 5명과 비정규직 5명이 하는 것으로 바꾸면 전체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줄겠지? 비정규직은 보통 정규직보다 임금을 40% 정도 적게 받거든!)도 노동 몫이 줄어든 원인으로 꼽혀.

이처럼 우리나라의 분배 상황은 모두 상당한 수준으로 악화돼 있어. 양극화 수준이 커진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변했어.

예전에는 양극화를 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으로만 이해를 했거든. 능력이 서로 다른 사람들 간에 경쟁을 하다 보면 밀려나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경쟁에 승리한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냐는 생각이었지. 다시 말해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선 양극화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문제라는 거야.

그런데 지금은 좀 다른 생각들이 나오고 있어. 양극화가 외려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시각이지.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극화 수준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거야. 왜 그런 거냐고?

앞에서 경제는 생산-분배-소비가 모두 잘 돌아가야 한다고 했잖아. 양극화가 심해지다 보니(분배에서 고장이 나니) 소비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거야. 아무리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놔도 이를 살 만한 사람들이 양극화 탓에 별로 없는 거야. 시장 진열대엔 물건이 수북이 쌓여 있는데 정작 손님이 없는 상황이 됐다는 거야.

양극화로 돈을 더 많이 갖게 된 부자들이 물건을 사면 안 되냐고? 맞는 말이야. 하지만 부자의 수는 적고, 가난한 사람이 많아. 또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하루에 밥을 네 끼, 다섯 끼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자동차를 서너 대까지는 사도 무한정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부자도 소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야.

그래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양극화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시장에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을 늘려보자는 생각과 다를 바 없어. 집에 틀어박혀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워줘서 시장에 나오도록 해야 하고, 그래야 경제가 돌아가고 발전한다고 보는 거지.

공정한 거래만으로도 양극화 줄어

그렇다면 양극화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어떻게 채워주느냐고. 일단 각각의 기여도와 달리 몫이 정해지고 있다면 이를 조정하는 방법이 있어. 각자의 능력에 따라 몫이 나뉘어야 하는데, 다른 석연치 않은 이유로 소득 분배가 이뤄진다면 그 이유를 제거해야 한다는 거지.

예를 들면 대기업이 납품업체에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부품을 사서 쓰고 있다면 이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해. 100원 주고 사야 할 볼트를 50원만 주고 대기업이 사면 대기업과 그 회사 다니는 직원들이 납품업체나 그 업체에 다니는 직원들의 몫을 뺏어가는 거나 다를 바 없으니까 말이야. 또 부당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 개발한 기술을 뺏거나 베끼는 행위도 막아야 해.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가장 많은 몫을 가져가도록 해야 한다는 거지. 이런 조처들은 시장이 시장답게 만드는 일이야. 각자의 능력(기여)만큼 돈을 나눠 가져야 시장이라 할 수 있지. 우리나라는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양극화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해.

그래도 존재하는 양극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땐 정부가 나설 수 있어. 세금과 복지 제도를 통하는 거지. 부자한테 걷은 세금으로 가난한 사람한테 복지 혜택을 주면 양극화는 줄게 되지. 이런 정부의 행위를 가리켜 ‘소득 재분배’라고 해. 시장에서 일어나는 분배행위와 구분하기 위해서 재분배라고 부르지.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sp96@hani.co.kr

김경락 기자
김경락 기자
▶김경락 경제에디터석 기자.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며 재정·금융 분야를 다루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만큼이나 알기 쉽게 경제 현상을 소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쓴 책으로 <내 동생도 알아듣는 쉬운 경제>(사계절)가, 번역한 책으로 <오래된 희망, 사회주의>(메디치미디어)가 있다. 딱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눈높이에서 경제 현상의 이면을 풀어준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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