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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박원순 “노동자 경영참여가 진정한 노동개혁”

등록 2016-06-06 20:09수정 2016-06-07 11:31

인터뷰 l 강한 추진 의지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위한 근로자 이사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지난 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위한 근로자 이사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근로자 이사제는 노사관계를 갈등과 대립에서 상생과 협력으로 바꾸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새로운 시대의 요구다. 경제성장이 낮아지고, 국민소득이 2만달러대에서 멈춘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과거와 같은 (노조 적대적) 사고와 행동을 계속해선 안되고 새로운 관점에서 국가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반대가 있기 마련이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위한 근로자 이사제는 노사정이 수년간 함께 고민하고, 연구·토론한 결과여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한데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정답이 아니다”라며 “근로자 이사제야말로 진정한 노동개혁으로, 서울시가 성공하면 전국이 따라오고, <한겨레>에 좋은 기사가 실리면 대통령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10일 근로자 이사제 도입안을 발표한 뒤 보수진영과 경영계는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울시 조례 개정안을 곧 입법예고하는 등 계획된 일정을 밟을 계획이다. 박 시장이 근로자 이사제와 관련해 인터뷰를 하기는 처음이다.

박 시장은 제도 도입 구상과 관련해 “2004년 3개월간 독일을 방문했을 때 폭스바겐자동차에서 노사공동결정제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됐다”며 “우리나라의 갈등 비용이 연간 246조원으로 서울시 예산의 거의 10배에 달하는데, 그 대부분이 노사분규 때문이다. 근로자 이사제가 이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 이사가 이사회에 들어가면 경영이 투명해지고, 책임감이 강해지며, 노동현장에서의 소통구조가 확립되기 때문에 기업이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모든 분야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
현 정부 노동개혁은 정답 아냐
노동자 경영참여가 진정한 개혁

기업은 노동자와 운명공동체
권한 부여하면 열정도 높아질 것
기업 구조조정에도 순기능 기대

시작땐 반대 있기 마련, 극복 가능
노사정 함께 노력한 합의 산물
새 시장 온다고 바꿀 수 있겠나

박 시장은 “서울시 직원들이 직접 노동조건과 환경에 대해 말을 해야 개선이 된다”며 “서울시의 주인은 시민이지만, 직원들도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 노조 적대정책도 강하게 비판했다. “공무원을 적대시하면서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겠나? 공무원들은 개혁의 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로서 함께가야 한다.” 박 시장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 수리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안전과 현장중심 경영을 계속 강조했는데도 사고가 났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근로자 이사가 자신의 경험이나 동료들의 얘기를 토대로 이사회에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안전문제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들이 나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경영계와 보수언론들의 반대론에 대해 차분히 반박했다.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하는데, 근로자 이사제는 법에서 위임한 근거에 따라 헌법상 권리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을 통해 도입한다. 기업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헌법을 자세히 보면 119조 1항에서 기업경영의 자유를 보장한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강조하면서, 2장에서는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강조한 경제민주화를 담고 있다.”

박 시장은 근로자 이사제가 기업 구조조정에도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1980년대 말 스웨덴 조선산업의 상징이었던 말뫼의 조선소들이 경영난으로 모두 문을 닫은 ‘말뫼의 눈물’을 보았던 만큼, 우리도 ‘울산의 눈물’, ‘거제의 눈물’을 대비했어야 하는데, 경영자들이 제대로 못했다”며 “지금 노동자들만 대규모 해고와 임금 삭감 등의 책임을 지고 있는데,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면 이런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고, 구조조정도 더 책임감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제도 시행으로 시민들이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묻는 질문에 “기업은 경영자와 노동자가 서로 역할만 차이가 있을 뿐 실제로는 운명공동체”라며 “노동자들에게 경영의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한다면 훨씬 더 의욕과 열정을 갖게 돼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지난해말 19개 투자·출자·출연기관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협약(서울협약)을 맺은 것을 노사 합의의 성과로 제시했다. “정부가 요구한 임금피크제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어, 대신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1만7677명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노사정이 합의했다. 근로시간이 줄면 휴식과 학습을 할 수 있어 생산성이 높아지고, 일하는 사람도 늘어나 안전사고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박 시장은 근로자 이사제가 경영 비효율 개선 등 공기업의 개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노동자들이 회사 경영상황을 잘 알게 되면 위기 극복이나 구조조정에도 순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임금인상 등 노조의 기득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성에 대해 “노조 이기주의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을 알지만 노조를 적대적으로 생각하고 계속 비난하면 오히려 대립만 심화될 뿐”이라며 “차라리 (이사회) 안으로 들어오게 해 같이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근로자 이사제가 대권 행보를 위한 승부수라는 보수언론의 지적에 대해 “대권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의 평소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제도 안착에 부정적일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시장 혼자 결정한 게 아니라 노사정 합의의 산물인데, 새 시장이 와서 바꾼다면 노조, 의회, 서울시민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출마를 강하게 시사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유신재 기자 jskwak@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21_스크린도어, 박원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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