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게 리바노스 선엔터프라이즈 회장(왼쪽)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총괄부문장(오른쪽)이 13일 새 원유운반선 명명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첫 배 주문했던 주인공
“정주영 자신감에 내 마음 움직였다”
원유운반선 2척 명명식 참석차 내한
“정주영 자신감에 내 마음 움직였다”
원유운반선 2척 명명식 참석차 내한
45년 전 현대중공업에 첫 배를 주문해 오늘날 현대중공업의 발전을 가능케 했던 그리스의 게오르게 리바노스(82)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현대중공업은 13일 “그리스 선엔터프라이즈사 게오르게 리바노스 회장이 울산에서 열린 15만9천t급 원유운반선 2척의 명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명명식에는 리바노스 회장과 아들 스타브로스 리바노스,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과 정기선 선박·해양 영업 총괄부문장이 참석했다.
리바노스 회장은 1971년 유조선 설계도면과 독이 들어설 백사장 사진, 5만분의 1 지도만을 가져온 정주영 현대 회장을 믿고 유조선 2척을 주문했다. 앞서 정 회장은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에도 찾아가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를 내보이며 조선소를 짓기 위한 차관을 빌려달라고 요청한 상황이었다. 이는 현대가 받은 첫 선박 주문으로, 이 주문을 근거로 바클레이스는 차관을 내줬다. 그 이후 발전을 거듭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최대 조선회사로 성장했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아들인 정기선 총괄부문장은 행사 뒤 리바노스 회장 부자를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정 부문장은 “정주영 회장에 대한 리바노스 회장의 믿음이 오늘날의 현대중공업을 만들었다. 현재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고의 선박으로 그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바노스 회장은 “40여년 전 나를 찾아와 ‘반드시 좋은 배를 만들겠다’던 정주영 회장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내 마음을 움직였고, 정 회장은 몇 년 뒤 최고의 선박으로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리바노스 회장의 회사는 현재까지 현대중공업에 15척의 원유운반선을 주문했으며, 그는 11번의 명명식 가운데 8번이나 직접 참석했다. 이날 2척의 배는 리바노스 회장의 고향과 딸의 이름을 따서 각각 ‘키오스’, ‘크리스티나’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7월에 인도될 예정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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