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협상 초기에 큰 암초 만나
한진해운의 주요 선주회사인 캐나다의 시스팬이 용선료를 인하해줄 수 없다며 임대한 배의 회수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용선료 협상에 막 착수한 한진해운이 큰 암초를 만난 것이다. 정부는 양대 해운사의 용선료나 채무가 조정되지 않으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기겠다고 공언해왔다.
영국 해운 매체인 <로이즈 리스트>는 16일(현지시각)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이 “시스팬은 어떤 일방적인 용선료 삭감도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들(한진해운)이 우리 인내의 한계를 넘는다면 배를 회수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은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왕 회장은 “배들은 한진해운이 지불하는 용선료보다 그리 낮지 않은 다른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용선료 인하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왕 회장은 “용선료 삭감은 불법적”이라고까지 말했다. 주요 선주사인 시스팬이 부정적 태도를 취함에 따라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마무리된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의 초기 단계에서도 영국 조디악 등 일부 선주사가 협상 자체를 거부한 사례가 있다. 이런 발언이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엄포일 수도 있다.
시스팬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주회사로 120여척의 컨테이너선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시스팬으로부터 1만TEU급 컨테이너선 7척을 빌려 쓰고 있으며, 지난해 지급한 용선료 1조146억원 가운데 시스팬의 용선료가 1207억원(11.9%)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시스팬에 용선료 2천만달러(약 234억원) 이상을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우리는 용선료 인하가 아니라 조정을 요청했고, 현재 시스팬과 협상 중이다. 왕 회장도 용선료 조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알고 있다. 다만 용선료 ‘인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최근 현대상선은 3년6개월간 용선료의 21%(5300억원)를 출자 전환하거나 장기 상환하는 내용으로 선주사들과 협상을 끝냈다.
한편 한진해운은 이날 오후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회사채 1900억원의 만기를 6월27일에서 9월27일로 석달 연장했다. 이밖에 만기가 돌아오는 한진해운의 회사채는 오는 9월 310억원, 내년 6월 2천억원이 더 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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