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 로비 의혹이 불거져 재구속된 정운호(51)씨가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이사회를 열어 김창호 전무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21일 밝혔다. 정씨는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다 내부 사정과 자사 브랜드 철학을 잘 아는 내부 임원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사임은 경영 공백 장기화와 회사 이미지 실추, 이에 따른 경영난에 대응한 조처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정씨 수감 이후 매출이 5%가량 줄고, 미국과 중국 등 외국시장 개척도 의사 결정 지연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상장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잡화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정씨는 쿠지인터내셔널이라는 화장품 회사를 운영했고 2003년 더페이스샵을 창업했다. 더페이스샵이 큰 성공을 거두며 화장품 브랜드숍 업계 1위에 오르자 2005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고, 이후 더페이스샵은 엘지(LG)생활건강에 인수됐다. 정씨는 2009년 더페이스샵 창업 멤버들을 다시 규합해 네이처리퍼블릭을 설립, 업계 5위로 회사를 키웠다.
더페이스샵 매각과 네이처리퍼블릭 운영으로 수천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진 정씨는 2012~2014년 마카오에서 수백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형기를 채우고 지난 5일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홍만표(구속)·최유정(〃) 변호사를 통한 구명 로비 의혹이 불거지는 바람에 다시 구속영장이 발부돼 석방되지 못했다.
새 대표로 선임된 김창호 전무는 1984년 엘지생활건강 입사 뒤 더페이스샵 등을 거치며 화장품 업계에 30년 이상 몸담았다.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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