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청신호…한진해운과의 ‘경쟁’에서 앞서
용선료와 회사채 조정에 성공했으나 해운동맹 가입에 애를 먹던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엠(M)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이 2엠에 가입한다면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은 23일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의 엠에스시(MSC)로 구성된 ‘2엠’ 가입을 위한 논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머스크와 엠에스시는 컨테이너 선복량(선박 수송 용량) 세계 1위(15.3%)와 2위(13.3%)의 컨테이너 선사들이며, 두 업체의 합계 선복량 점유율(28.6%) 또한 세계 1위인 새 해운동맹이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새 해운동맹 가운데 선복량 3위인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을 요청했으나, 한진해운 등 6개 회사 전부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2엠과 오션얼라이언스에도 가입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최근 2엠이 제안을 수용함에 따라 가입을 위한 본격 협상에 들어갔다.
현대상선은 “2엠과 현대상선이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2엠이 보유한 초대형 컨테이너를 활용할 수 있어 비용 절감과 서비스·영업력 강화가 가능하다. 2엠은 현대상선을 통해 아시아와 북미 노선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현대상선(1.9%)이 가입하면 2엠의 선복량 점유율은 30.5%에 이른다. 현대상선은 “이른 시일 안에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내년 4월부터 새로운 해운동맹을 통해 활동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늦어도 9월까지 새 해운동맹에 가입해야 하며, 기존 해운동맹은 내년 3월까지 운영된다.
2엠 가입 협상 본격화로 현대상선은 한진해운과의 ‘정상화 경쟁’에서 앞서게 됐다. 이제까지는 현대상선이 용선료·회사채 조정에서, 한진해운이 해운동맹 가입에서 앞서 있었다.
한진해운은 그동안 유동성 확보와 용선료 협상에 주력해왔으나 상황이 좋지 않다. 채권단과 금융 당국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거절당해 컨테이너 임대 비용까지 연체했다. 최근에는 주요 선주인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이 용선료 삭감이 어렵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오전 자료를 니어 “디 얼라이언스의 모든 회원사들이 현대상선의 신규 가입에 찬성하면 한진해운도 찬성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현대상선이 2엠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한발 늦은 꼴이 됐다. 채권단과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을 디 얼라이언스에 끼워주는 데 소극적이라는 불만도 나왔었다.
김규원 이정훈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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