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투자진흥회의 10회의 족적
극심한 기업 투자 부진이 배경
특혜 논란·충성 경쟁 낳기도
세월호 참사로 역풍 맞아
극심한 기업 투자 부진이 배경
특혜 논란·충성 경쟁 낳기도
세월호 참사로 역풍 맞아
10번째를 맞은 ‘무역투자진흥회의’는 지난 2013년 5월1일에 처음 시작됐다. 회의 주재를 직접 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배여 있는 행사다. 투자 확대를 목표로 하는 이 회의는 박 대통령의 의지만큼 성과를 냈을까?
7일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 9차례의 회의를 통해 발굴한 투자 수요는 모두 37개 프로젝트이며, 금액으로는 60조원이다. 이 중 30조원 규모의 19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준공까지 완료한 프로젝트는 4건, 투자 규모는 3조8000억원에 그친다. 아예 첫 삽도 뜨지 못한 사업도 18건에 이른다. 투자액 기준으로 보면 애초 목표치(60조원)의 절반이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기재부 쪽은 “추가적인 애로 사항을 빨리 해소해 미착공 프로젝트 18건 중 8건은 올 하반기에, 나머지 10건은 내년에 순차적으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역투자진흥회의는 극심한 투자 부진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나빠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기업들에 규제 완화란 선물을 줘 투자를 끌어내자는 게 회의 취지다. ‘기업 의견 수렴→규제 완화→기업 투자 집행’ 구조란 뜻이다. 특정 기업 맞춤형 규제완화의 특성을 갖고 있는 터라 종종 특혜 논란이나 반발을 낳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 9월 3차 회의에서 결정된 학교 옆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 일이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유리한 경복궁 옆에 호텔을 지으려던 대한항공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회사가 호텔을 지으려고 한 부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 등 여학교 3곳이 위치해 있다.
대통령 관심 행사인 터라 이를 준비하는 정부 관료들의 충성 경쟁도 뜨거웠다. 한 예로 2013년 7월31일 현오석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현장 방문차 전북 군산시 새만금경제자유구역을 찾은 자리에서 이 곳에 입주 예정인 기업의 대표인 김재신씨를 직접 업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보름 전에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실천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7월11일 열린 2차 회의에서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무역투자진흥회의는 시작한 첫 해에만 4차례나 진행될 정도로 속도감 있게 진행됐지만 그 이듬해에는 두 차례에 그쳤다. 세월호 참사로 규제 완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설비투자 부진이라는 큰 흐름을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악화를 막는데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을 보면, 설비투자 증가율(전년동기비)은 지난해 4분기 0.5%에서 올 1분기 -7.4%로 크게 감소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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