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득계층 이동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보스턴 캠퍼스의 마이클 카 교수와 에밀리 위머스 교수는 최근 1981~2008년간의 미국 근로소득 자료를 활용해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두 교수는 근로소득자들을 최하위층부터 최상위층까지 10개 분위로 나눈 뒤 1981~1996년과 1993~2008년에 각각 이뤄진 소득계층 이동을 비교하는 방식을 취했다.
공평성장을 위한 워싱턴센터라는 두뇌집단이 소개한 내용을 보면, 대부분의 노동자들한테 1993~2008년 소득 사다리의 위쪽으로 올라갈 확률이 1981~1996년보다 낮아진 대신, 아래쪽으로 내려갈 확률은 커졌다. 노동자들이 상위층으로 계층이동을 하는 게 더 어려워졌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상위 10%는 사다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상위 10%는 소득 사다리의 맨 위쪽이라 더 올라가지는 못한다.
특히 대학을 나온 노동자들의 상층 이동 가능성이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산층(중간계급)이 줄어들면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분석 등을 뒷받침해준다.
소득계층 이동 가능성은 불평등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니계수나 상위 1% 또는 10%의 소득점유율이 높아져도 소득계층 이동이 활발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빈자가 소득 사다리 위쪽으로 올라가고 부자가 아래쪽으로 내려갈 확률이 높아서 계층이 고착화할 여지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3년 12월 경제적(계층) 이동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한편, 진보성향의 경제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미국 최상위 350개 기업의 최고경영자 보수가 평균 1550만달러로 일반노동자의 276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는 한해 전의 302배보다 줄어든 것인데 주식값이 떨어진 데 따른 스톡옵션 가치 하락이 많은 영향을 줬다. 연봉에 보너스와 스톡옵션 가치 등을 더한 보수 배율은 1965년 20배에서 2000년 376배로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런 불평등 확대에 보수 상승률 차이가 큰 구실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978~2015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보수 추이를 보면, 최고경영자의 증가율이 940.9%인 데 반해, 일반노동자는 10.3%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최고경영자의 보수 상승 속도는 최상위 0.1% 임금소득자보다 가팔라 지난해 최고경영자 보수가 최상위 0.1%의 5.6배를 나타냈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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