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본소득에 세금을 더 물려야 하며, 자본소득과 근로소득의 최고세율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이런 방안을 23~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제시할 예정이다.
이 기구의 조세정책 책임자인 파스칼 생타망 국장은 21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 30여년 동안 투자(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자본에 세금을 많이 물리지 말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쓸모없는 것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와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자, 지대, 배당 등 자본소득에 대해 임금, 봉급 등 근로소득보다 세금을 적게 물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자본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서 중과세를 하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투자를 유치해야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이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데 그런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반영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은 대체로 소득세율을 낮추는 가운데 자본소득세의 세율을 근로소득세의 절반 이하로 내렸다.
생타망 국장은 자본이동의 가능성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제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주도로 내년부터 50여개국의 조세 당국이 개인별 과세와 은행계좌 정보를 교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주요 20개국은 물론, 얼마전 조세회피처 문제로 논란을 빚은 파나마, 개인비밀계좌와 연관이 깊은 스위스도 참여하며 동참국이 곧 100여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조세당국은 자기나라 국민이 해외계좌로 돈을 받거나 보내면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계좌 거래 내용이 파악되므로 자본소득에 세금을 많이 물려도 쉽게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게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진단이다.
자본소득 중과세는 소득이 많은 사람이 세금을 더 낸다는 응능부담의 원칙에도 맞다.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전체 소득 가운데 근로소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최고소득자들은 배당과 지대, 시세·매매 차익 등 자본소득 비중이 매우 높다. 그런데 세율은 자본소득이 근로소득보다 매우 낮아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자본소득도 근로소득처럼 누진과세를 해야 하며, 여기서 나오는 추가 세수는 저소득 근로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득 유형별로 세율이 다른 데 따라 빚어지는 문제점 등을 줄일 수 있도록 자본소득세와 근로소득세의 최고세율을 같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이런 처방은 조세 부문에서 포용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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