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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장에서] 재정 보수주의를 넘어…추경이 불편한 이유

등록 2016-07-25 16:04수정 2016-07-25 16:42

추경→초긴축 예산→추경의 악순환
빚 감축이 지고의 선?
소득 불평등 완화·경기 대응은 뒷전
“이번에 추경을 편성하기 때문에 내년 본예산은 애초 계획보다는 (총지출 증가율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20일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사전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추경 편성이 내년 본예산 기조에 미칠 영향에 대한 답변이다. ‘애초 계획’이란 내년 본예산의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 대비 3.0%가량 늘리기로 한 내부 방침을 가리킨다. 송 차관의 이 발언은 내년 본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을 2% 후반대에 묶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추경은 모두 세 차례 편성됐다. 2013년과 2015년, 2016년이다. 매우 잦다. 대량실업·경기침체·천재지변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토록 한 국가재정법을 들춰보면 더욱 그렇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정부 설명대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가뭄(2015년), 브렉시트·구조조정(2016년) 등 예기치 않은 일이 연이어 터져서만은 아닐 것이다.

잦은 추경의 원인은 ‘엉터리 본예산 편성’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추경예산(본예산+추경) 대비 올해 본예산(총지출 기준)은 고작 0.4% 늘었다. 한 해 전 총지출 증가율(8.1%)보다 무려 7.7%포인트나 적다. 돈 줄을 세게 죈 것이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올해 들어 일자리·투자·소비 시장이 모두 위축됐다. 2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이란 경제 성적표가 날아든 것은 당연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올해 본예산 정부안이 발표된 지난해 9월에 이미 올해 추경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부문 침체로 그나마 경제를 버텨준 곳이 재정인 상황에서 정부의 초긴축 예산 편성이 올해 경기 급랭을 불러올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 경기는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예상대로 얼어붙었고, 정부는 부랴부랴 추경 편성을 하기에 이르렀다. 추경→초긴축 본예산→추경의 악순환인 셈이다.

안타까운 점은 정부가 이런 잘못을 또 범하려 한다는 점이다. 송 차관 말대로 내년 본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이번 추경안(기금 변경 포함) 대비 내년 본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은 -0.3~-0.2%가 된다. 내년에 쓸 재정 규모가 올해보다 줄어든다는 뜻이다. 민간 부문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이상 경기는 다시 가라앉을 것이고 정부는 올해처럼 추경 카드를 빼들 공산이 크다. 그리되면 현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추경을 4번이나 하는 망신살 뻗친 정권이 된다.

이런 제 발등 찍기식 재정 운용은 예산 당국이 ‘재정 보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당국은 나랏돈은 가급적 쓰지 않고, 나랏빚과 재정 적자는 줄이는 걸 지고지순한 가치로 삼고 있는 듯하다. 소득 불평등 완화와 경기 활성화란 재정 본연의 기능은 뒷전으로 밀렸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2008년 위기 이후 나랏돈을 넉넉히 쓸 것을 권고하고 있는 데 대해 송 차관은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이엠에프가 왜 그런 줄 알아요? 한국 경제를 떨어먹으려고 그런 거에요.” 재정 보수주의자로서 손색이 없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이번 추경은 예산 당국이 우리 경제를 떨어먹으려고 한 것인가 묻고 싶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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