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16 LA’를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을 하기 위해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CJ그룹 제공
지난달 30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프로농구팀 엘에이(LA) 레이커스의 홈경기장 스테이플스센터 앞에 수백m에 이르는 긴 줄이 늘어섰다. ‘샤이니’, ‘블락비’ 등 아이돌 그룹 이름을 적은 손팻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씨제이(CJ)그룹이 주최한 한류 콘서트 ‘케이콘(KCON)’을 관람하기 위해 땡볕 아래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선 이들은 인종과 나이, 성별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씨제이그룹 관계자는 “2012년 처음 엘에이에서 케이콘을 시작할 때에는 이곳에 사는 교민들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한류 팬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올해 관람객들을 보면 더 이상 한류가 미국에서 소수문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스테이플스센터 바로 옆 건물인 엘에이 컨벤션센터에서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을 비롯해 중소기업청의 추천을 받은 90여개 중소기업이 부스를 설치하고 한류 팬들에게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고 현지 바이어들과 수출상담회를 열었다. 씨제이그룹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7만6000여명의 관람객이 케이콘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류 문화를 세계에 확산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는 목표로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처음 시작된 케이콘은 해마다 개최지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미국 엘에이와 뉴욕 등에서 총 3회의 해외 케이콘을 개최해 9만명의 한류 팬을 끌어모았다. 올해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과 프랑스까지 추가됐다.
지난달 29~3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16’에는 모두 7만6000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사진은 30일 열린 한류 콘서트 모습. CJ그룹 제공
씨제이그룹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화사업 비전과 글로벌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현준 씨제이 부사장은 “2020년까지 씨제이이엔엠(E&M)과 씨지브이(CGV)의 전체 매출에서 국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5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2015년 기준 두 회사의 국외 매출 비중은 16%다. 김 부사장은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이 일부 마니아층이 아닌 전 세계인의 일상에 녹아 생활화되는 ‘한류 4.0’ 시대를 앞당기도록 할 것”이라며 “문화와 산업의 융합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연관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류 4.0은 1990년대 <대장금>, <겨울연가> 등 드라마 중심의 한류 1.0, 케이팝 중심의 한류 2.0, 영화와 화장품까지 확대된 한류 3.0의 다음 단계를 말한다.
씨제이이엔엠은 중국과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현지화된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방송 부문은 개별 콘텐츠의 수출은 물론, 자체 기획 개발한 콘텐츠의 포맷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티브이엔>(tvN)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는 2014년 중국 드래곤차이나티브이에서 제작·방영됐고, 올해에는 미국 <엔비시>(NBC)가 포맷을 구입해 하반기에 방영을 할 예정이다. 영화도 국내에서 성공한 작품을 현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2014년 국내에서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2014년 중국, 2015년 베트남, 올해 일본에서 현지 배우를 캐스팅해 리메이크됐다. 리메이크 영화는 중국에서 약 625억원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올렸고, 베트남에서는 약 5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베트남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씨지브이는 영화 관람과 함께 쇼핑, 외식,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한 한국식 극장문화를 전 세계로 확산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2020년까지 12개국에 진출, 1만여개 스크린을 확보해 전체 매출의 65%를 국외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2006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씨지브이는 현재 한국·미국·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터키 등 7개국에서 347개 극장(2679개 스크린)을 운영하는 세계 5위 극장 사업자로 자리잡았다. 지난 4월 터키의 대형 극장 운영 기업 인수로 해외 극장 수(218개)가 국내(129개)를 훌쩍 넘어섰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