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게 소득세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소득세 신고서를 작성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한 것으로 알려진 이 얘기는 미국 국세청 누리집에도 나온다. 아인슈타인은 소득세 신고를 세무 전문가에게 계속 맡겼다고 한다.
시카고학파의 대부로 꼽히는 밀턴 프리드먼은 이런 냉소적인 말을 남겼다. “의회가 세금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상당수 국민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늘어난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구실이 작을수록 좋다고 여기는 보수주의자의 조세관이 묻어난다. 그런 프리드먼도 소득세 원천징수와 근로소득 장려세제 같은 ‘진보적’ 아이디어를 내놓아 조세제도 발전에 기여했다. 나중에 원천징수 방안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후회하는 듯한 언급을 했지만 말이다.
“조세의 기술은 거위에게 가장 고통을 적게 주면서 가장 많은 깃털을 뽑아내는 것과 같다.” 프랑스 루이14세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장 콜베르가 한 발언이다. 지난 2013년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때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인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거위 깃털론’이 파장을 빚으며 조 수석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사실 조세정책 결정자에게는 긴요한 말이다.
세법은 어렵기도 하고 내용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인지 이런저런 얘기가 많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가운데)이 정부의 세법개정안 공식 발표에 앞서 25일 기자들에게 사전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2016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데 이어 2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조만간 조세제도를 어떻게 정비하느냐가 중요한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래도 논의과정에서는 정부안이 우선적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을 듯한데, “신산업 투자와 일자리는 늘리고 서민·중산층 부담은 줄이겠다”고 맨 앞쪽에서 강조한 게 눈에 띈다. 이어 개편 방향으로 경제활력 제고, 민생 안정, 공평 과세, 조세제도 합리화를 제시한 것에도 관심이 간다. 바람직한 내용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것은 우선 신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다. 기존 방안을 조금 손질하거나 계속 밀고나가겠다는 게 대부분이다. 이래 가지고 경제활력이 얼마나 제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민·중산층 부담 줄이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부담이 5년 여에 걸쳐 3805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적은 액수로 민생 안정을 들먹이는 게 쑥스럽지 않은가.
공평 과세도 마찬가지다. 가계소득 증대세제를 개선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미흡하기만 하다. 지금 우리사회의 불평등 현상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 반면, 조세 부과와 재정 지출을 통한 분배 개선 효과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세수를 늘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일러준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 확충에 별로 관심이 없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은 투자 등이 위축될 수 있다며 외면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이 적지 않은데도 그렇다. 얼마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동안의 기조를 바꿔 이자·지대·배당 등 자본소득에 대해 세금을 더 물려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여러 나라가 조세와 금융 정보를 교환하기로 함에 따라 자본의 국외 유출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의 세법 개정안은 정부안과 대비가 된다.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 부담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좀더 짐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비한 대목도 있지만 정부안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쨌든 세법 개정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몇몇 대목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지 못하더라도 쟁점을 정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판단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어서 자신들의 안을 제시해 논의를 풍성하게 해주길 바란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