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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걷잡을 수 없게 번지는 ‘물류대란’ 피해 왜 커졌나?

등록 2016-09-04 16:41수정 2016-09-04 17:25

19개 국가 44개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 69척 발 묶여
화물 운반 차질로 최대 140억 달러 소송 우려도 제기

한진해운 막판까지 경영진·채권단 줄다리기 초점
정부 부실한 사전준비로 비상대책 ‘먹통’
뒤늦게 ‘관계부처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 구성
한진해운이 지난달 31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세계 곳곳에서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한진해운발 글로벌 물류대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한진해운 구조조정이 막판까지 경영진과 채권단의 줄다리기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산업 피해에 대해 정부 대책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다.

정부는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기획재정부·외교부 등 9개 부처가 참석해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해수부가 운영 중인 비상대응반을 ‘관계부처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세계 곳곳에서 선박 68척 운항 차질 해양수산부와 한진해운의 말을 종합하면, 선박 68척이 19개 국가 44개 항만에서 발이 묶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44척, 3일 53척에서 하루 만에 또 다시 14척이 늘어 한진해운 선박의 운항 차질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스페인에 이어 스리랑카, 베트남 등에서 선박이 입·출항을 못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항만 당국이 입·출항을 막고 있거나, 하역 관련 업체들이 밀린 대금을 지급하라는 등의 이유로 화물 내리는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한진해운 선박에 있는 수출 화물이다. 납기일까지 화물이 도착해야 하는데, 운항 차질이 빚어지면서 계속 늦어지고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 선박들에 화물이 약 41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가량 실려 있다고 밝혔다. 8281곳의 화주가 짐을 맡겼고, 화물가액만 140억 달러(약 15조6천억원)로 추산됐다. 자칫 한진해운이 최대 14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진해운 사태로 수출에 차질을 빚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무역협회 내 설치한 ‘수출화물 무역 애로 신고센터’에도 지난 1~2일 이틀 사이에 25건의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전체 피해액은 50억원가량 된다.

노선 운임도 폭등했다.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인 부산~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은 하루새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1100달러선에서 1700달러로 55%나 뛰었다. 한국~파나마~미국 동부 해안을 잇는 컨테이너 노선 운임도 50% 올랐다.

미국 소매와 유통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3일 <마켓워치>의 보도를 보면,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회원사인 소매업지도자협회(RILA)의 샌드라 케네디 회장은 미 상무부와 연방해사위원회(FMC)에 보낸 서한에서 “(한진해운의) 물류 차질과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나 다른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사전 준비 부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의 사전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운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방안이 검토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막판까지 한진해운 문제는 “살릴 것이냐, 말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무부처인 해수부도 한진해운을 살리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던 만큼, 법정관리 뒤 여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세밀한 대책이 부족했다.

발이 묶인 수십척의 한진해운 선박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용선료, 하역·운반비, 장비임차료 등 한진해운의 밀린 대금만 6500억원가량이다. 한진해운이 직접 갚거나 채권단이 지원을 해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수출업체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무역협회에 피해 신고를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이런 사태를 예방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주거나 한진해운 사용 기업에 미리 경고했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9~10월이 해운업 최대 성수기라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 상품을 집중 배송해야 하는 9~10월은 한 달 전 예약을 해야 겨우 컨테이너선을 잡을 수 있다. 국내 화주들이 다른 국내외 선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현실을 모르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현대상선 선박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미주 노선의 경우 빨라야 8일부터, 유럽 항로에는 이달 둘째 주(12일부터 시작되는 주)부터 투입된다. 납기가 생명인 수출업체들에겐 답답한 상황이다.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 선사들에 수송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미 해운동맹인 ‘CKYHE’가 한진해운의 화물을 싣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퇴출 조처를 했기 때문이다. 김소연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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