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도 등지서 해운 용역업자들의 대금 지급 협박
50여척의 선원들도 입항, 귀국 못하고 바다에 떠있어
50여척의 선원들도 입항, 귀국 못하고 바다에 떠있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임직원들이 세계 곳곳에서 협박과 위험에 맞닥뜨리고 있다.
5일 한진해운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전 세계 80개국의 43개 지점과 160개 대리점에 파견된 임직원들이 곳곳에서 위험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변 위협을 느끼는 상황도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중국 톈진 지점에서는 법정관리 신청 사실이 알려진 뒤 해운 용역업자들이 칼을 든 깡패들을 동원해 건물 1층을 막는 사태가 벌어졌다. 임직원들은 이를 중국 경찰(공안)에 신고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대피할 수 있었다.
인도 뭄바이에서는 터미널 운송, 하역 업체들이 밀린 대금을 달라고 요구하며 직원들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여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주재원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한국 영사관과 경찰, 경비업체에 보호를 요청했다. 인도 북부는 총기를 가진 무장세력이나 범죄집단이 있는 탓에, 연체금 독촉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질까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타이 방콕에서는 화주와 해운 용역업자의 자산 압류와 직원 출국 정지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해 주재하던 직원들을 주변국으로 출장 보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화물이 묶여서 화주들이 지점을 방문해 빨리 물건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하역료뿐 아니라, 별도의 예치금까지 요구하고 있어 화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 사이공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화물 처리가 지연돼 화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입항이 거부돼 바다에 머무는 50여척 선박에 탄 선원들은 공해 상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현재 한진해운의 배들은 하역, 항만 이용 등 비용을 선지급해야 입항할 수 있다. 자칫 배가 억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입항을 못 할 경우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연료와 윤활유, 음식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화물을 실은 선박들이 오래도록 공해 상에 머물면 해적의 표적이 될 수 있고, 바람이나 파도 등 나쁜 기상에도 그대로 노출된다. 또 마실 물과 음식도 통상 일주일 정도면 바닥난다. 이들이 입항해 화물을 내리기 위해서나 아니면 국내로 돌아오기 위해서도 자금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진해운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50여척이 입출항을 못 해 외항(항만 바깥)에 대기 중이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보급도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다. 선원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게 회사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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