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제조업 국내 공급 지수 첫 선보여
기어가는 국내산·날아가는 수입산
기어가는 국내산·날아가는 수입산
더딘 가계 소득 증가 등의 영향으로 미미한 성장세를 보였던 내수 시장을 그나마 뒷받침해온 부문은 수입 시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시장에서 팔리는 소비재 가운데 수입산의 비중은 2010년 10개 중 2개였으나, 2016년 현재 10개 중 3개로 늘어났다.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폴크스바겐·베엠베(BMW) 승용차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을 보면, 지난 2분기(4~6월) 국산과 수입을 모두 포함하는 제조업 국내 공급은 1년 전보다 1.0% 늘었다. 제조업 공급을 국산과 수입으로 나눠 살펴보면 국산품의 공급 증가율은 0.5%, 수입품 공급은 2.2%로 차이가 났다. 이는 국내 소비자와 생산자들의 구매력이 수입품 중심으로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은 지난 6년간 추세적이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전체 제조업 공급은 8.8% 늘었는데, 같은 기간 국산품 공급은 3.2%, 수입품 공급은 24.5%나 증가했다. 수입품 공급 증가를 주도한 것은 생산활동을 위한 자본재보다는 일상생활에 쓰이는 소비재였다. 수입 소비재는 2014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2년간 단 한 차례만 빼고 매분기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소비재 시장에서 수입 점유율은 지난 2010년 1분기 17.9%에서 지난 2분기 28.8%로 6년 새 10%포인트 남짓 뛰었다.
김희종 통계청 산업동향과 사무관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의 영향으로 유럽산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많이 들어왔다.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수입 브랜드가 국내 휴대전화 시장을 잠식한 것도 소비재 부문의 수입산 비중 확대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 동안 국내 시장에서 몸집을 크게 불린 폴크스바겐·베엠베(BMW) 등 독일 수입차와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국내 소비재 시장에서 수입품 비중이 크게 늘어나게 된 배경이란 뜻이다.
이날 발표된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통계청이 지난 2013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이번에 처음 공개된 지표이다. 그간 제조업 공급은 광업·제조업 조사에 담긴 ‘제조업 출하지수’로만 파악이 됐는데, 이 지수에는 수입품 공급은 반영되지 않았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그간 국산 공급뿐 아니라 수입까지 포함해 내수 시장 전체의 변화와 규모를 조기에 파악할 지표는 거의 없었다. 이번 지수 개발로 제조업 전체, 내수 시장 전체의 규모와 구조 변화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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