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10일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승인함에 따라 한진해운 선박이 롱비치 항만에서 열흘 만에 화물을 내리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미국 법원이 채권자의 자산 압류를 금지하는 명령(스테이오더)을 승인하면서, 한진해운 선박 4척이 항구에 들어가 짐을 내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다른 선박 수십 척의 화물 하역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사태를 해결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1일 정부와 한진해운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부터 미국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인 한진 그리스호·한진 보스턴호·한진 정일호·한진 그디니아호 등 선박 4척이 차례로 터미널에 들어와 열흘 만에 화물을 내리고 있다. 미국 법원이 전날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스테이오더 신청을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까지 한진해운의 스테이오더 신청을 승인한 국가는 미국·일본·영국 등 3곳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한진해운의 다른 주요 거래국에도 다음 주 초부터 압류금지 신청에 들어갈 것”이라며 “사태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조금씩 잡혀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법원이 10일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승인함에 따라 한진해운 선박이 롱비치 항만에서 열흘 만에 화물을 내리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총 97척 중 하역을 완료한 선박은 총 20척이다. 국내 항만에 10척, 중국·베트남·중동 등 국외 항만에 10척이 화물을 내리는 일을 끝냈다. 나머지 선박 77척은 부산·광양(36척), 싱가포르(21척), 미국 롱비치(5척)·시애틀(3척)·뉴욕(3척), 독일 함부르크(3척), 스페인 알헤시라스(5척), 멕시코 만젤리노(1척) 등 거점항만 인근에 대기 중이다. 이 중 국내 항만으로 유도할 36척을 제외하면 선적화물의 하역 정상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컨테이너 선박은 총 41척이라고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이 압류 우려 없이 항만에 들어갔다고 해도 하역비가 문제다. 법원은 화물을 내리는 비용 등 약 17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법원은 채권단에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담보 없이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법원이 10일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승인함에 따라 한진해운 선박이 롱비치 항만에서 열흘 만에 화물을 내리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이에 한진그룹은 대주주로서 책임을 이행하겠다며 조양호 회장이 400억원을 출연하고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이 담보를 전제로 600억원을 융통하겠다고 밝혔다. 400억원은 늦어도 이달 13일까지 내놓겠다고 했지만, 나머지 600억원은 조달이 불투명한 상태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배임 소지 등을 이유로 한진해운으로부터 담보를 먼저 취득해야 돈을 지원할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보유 지분 54%)을 담보로 잡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앞서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내어준 6개 외국 금융기관과 터미널의 또다른 대주주인 MSC(보유 지분 46%)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탓에 물류대란 해소의 ‘골든 타임’을 놓칠 소지도 상당하다.
해수부 관계자는 “화물 하역을 위한 자금 마련은 한진그룹의 몫이다. 정부는 법원, 관계부처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한진해운, 한진그룹, 채권단 등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다만 운송 차질로 경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경우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연 김규원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