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전자·미래전략실 압수수색
정유라씨 승마지원 280만유로 지원 관련
삼성 관련 인사들 적극 관여에 수사 초점
노회찬 “최순실 포섭 행동 진실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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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관련 인사들 적극 관여에 수사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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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삼성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삼성과 최순실씨, 또는 삼성과 박근혜 정권의 유착이 어디까지 드러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압수수색은 2008년 특별검사팀이 삼성 전략기획실(현 미래전략실)을 압수수색한 이후 8년 만이고, 삼성 서초사옥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비서 조직 격인 미래전략실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검찰은 8일 아침 6시30분께부터 11시간 넘게 사옥 27층의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사무실뿐 아니라 40층 미래전략실에서도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사무실 압수수색으로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이어서 강도 높은 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 내 기획팀과 핵심 임원인 장충기 실차장(사장) 등이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최씨 모녀를 ‘관리’했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이 수사 타깃이 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다른 그룹들은 지난해 말 미르와 케이(K)스포츠 재단 출연을 통해 최씨 쪽과 ‘지원 고리’가 형성됐지만, 삼성은 그보다 이른 시기에 본격적으로 최씨와 연결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상진 사장이 지난해 3월 대한승마협회장에 취임한 것에 대해서도 최씨 딸 정유라씨를 ‘합법적으로’ 후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말 관리와 선수 육성 컨설팅 비용을 댔다지만, 검찰은 돈이 승마협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최씨 회사로 넘어간 사실에 주목한다. 박 사장이 독일로 가 최씨를 만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단순히 돈을 지원한 수준을 넘어 최씨 쪽과 긴밀히 협조했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씨가 실세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 정도 위세가 있을 줄은 몰랐다. 역시 삼성은 한 수 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피의자가 됐거나 이름이 거론되는 인사들 중 ‘삼성맨’이 여럿이라는 점도 삼성을 더 곤혹스럽게 만든다. 전날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된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은 제일기획 상무 출신이다.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한국마사회의 현명관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비서실장과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2013년 마사회장이 된 뒤 청와대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선임한 삼성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사 향배에 따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시키는 작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태풍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삼성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 당시부터 가장 많은 돈을 냈고 정유라씨의 승마를 지원하는 등 정권 초기부터 최씨를 포섭하기 위한 행동을 해왔다”며 “정경유착의 대명사인 삼성이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여전히 보여준 이러한 행태에 대해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최현준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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