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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내년 한국 경제 기상도는 맑음? 흐림?

등록 2016-11-14 17:07수정 2016-11-14 21:51

주요 기관별 성장률 전망치 1.5~3.0% 제각각
세계경기 회복·수요 확대 → 국내 수출 개선
트럼프발 불확실성 → 수출·내수 부진 지속
내년 경제 전망을 놓고 각 기관마다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국정 공백과 ‘트럼프 변수’까지 터져나오면서 내년 경제의 기상도는 더욱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다음달 내년 경제 전망을 내놓을 정부도 발표할 ‘숫자’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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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재 주요 기관들이 발표한 내년도 한국 경제의 실질성장률 전망값은 1.5%부터 3.0%까지 제각각이다. 전망값 발표 시점이 서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내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장 부정적으로 보는 기관(노무라증권·1.5%)과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기관(신한금융투자·3%)의 전망 격차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24조원에 이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정확한 예측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엘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5일 “내년에도 한국 경제의 성장 활력이 더 높아질 요인들을 찾기 어렵다”며 내년 실질성장률을 2.2%로 예측했다. 세계 경기의 하향 추세가 반전되기 어렵고 제조업의 교역 위축 현상이 지속되며, 이를 상쇄해야 하는 국내 소비나 투자, 수출도 힘이 달린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 연구원은 “올해는 주택부문을 중심으로 건설투자가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과잉 공급 우려 확대 등으로 내년에는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값(2.5%)보다 내년 성장률 전망값을 0.3%포인트 끌어내린 배경으로 건설투자 위축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비관론 편에 서 있다. 이 기관은 미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에 수정 전망값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이 기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에 주목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며, 종전 전망값(2.0%)에서 무려 0.5%나 깎은 1.5%를 제시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2.2% 성장률을 제시하며 내년 경제 비관론을 펴고 있다.

반면 올해보다 더 나은 경제를 기대하고 있는 쪽도 있다. 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앞장서고 있다. 이달 들어 ‘2017년 경제 전망’을 내놓은 키움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내년 성장률을 2.9%와 3.0%로 제시했다. 이들의 전망은 올해 성장률이 2.7~2.8%로 확실시되고,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는 더 크게 성장한다고 본 것이다.

키움증권은 ‘디플레이션 악몽’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는 세계 경제 흐름에 주목했다. 미국에서 임금상승과 생산성 하락 현상이 뚜렷하고, 석유수출기구(OPEC)의 감산에 따른 유가 급락세가 진정되고 있으며, 그간 물품가격 인하 압력으로 작용했던 주요 선진국의 재고 정리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고 본 것이다. 인플레이션 조짐을 한국 물건을 사줄 세계 소비자의 구매력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내년도엔 내수보다 수출이 한국 경제를 끌어갈 것이란 전망을 하는 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흥국 중심의 세계 경기 회복에 관심을 기울였다. 신흥국들이 원자재값 상승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투자와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0월에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종전 전망(4월)보다 신흥국 중심으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며 이런 시각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신흥국의 경제 회복 역시 국내 수출 경기 회복이란 논리로 이어진다.

이렇게 내년도 한국 경제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것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보름 남짓 뒤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불확실성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 연구원의 정규철 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미 대선 결과 전에는 내년 한국 경제가 수출과 설비투자는 올해보다 개선되고 건설투자는 다소 위축될 것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며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를 작성 중인) 지금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하고 있어서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다음달 말 ‘2017년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놓는다. 기획재정부의 핵심 간부는 “후보 시절의 도널드 트럼프와 당선자인 트럼프는 마치 다른 사람 같다”고 촌평했다.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 정부의 경제 정책에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뜻이다. 이 간부는 “(한 달 남짓 뒤 발표될) 정부의 성장률 전망값 그 자체에 큰 무게를 두지 말아달라. 최소한 (트럼프 정책이 구체화하는) 내년 초는 되어야 대략적인 윤곽이 그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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