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께 4차례 걸쳐 청와대 회의 주재
최 차관, “안종범 전 수석이 준 미션을 수행했을 뿐 구체적 내막 몰랐다” 해명
최 차관, “안종범 전 수석이 준 미션을 수행했을 뿐 구체적 내막 몰랐다” 해명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미르 재단 설립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사실도 검찰 공소장에 담겨 있다. 최 차관은 이 재단이 만들어질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다만 최 차관은 “재단 출연금 등 중요 사안은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20일 공소장을 보면, 최 차관은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해 최순실씨와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안종범씨의 심부름꾼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2015년 10월21일 최 차관은 안 당시 수석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행정관과 전국경제인연합회 간부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 차관은 “10월 말로 예정된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에 맞춰 300억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하고, 출연 기업은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SK), 엘지(LG), 지에스(GS), 한화, 두산, 씨제이(CJ) 등 9개 그룹이다”라고 지시했다.
하루 뒤인 22일에도 최 차관은 청와대 회의를 열어 “재단은 10월27일까지 설립돼야 한다. 전경련은 재단 설립 서류를 작성 및 제출하고 문체부는 10월27일 개최될 재단 현판식에 맞춰 반드시 설립허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23일에도 최 차관은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선 더딘 9개 그룹의 출연금 약정을 재촉했다. 최 차관은 “아직까지도 출연금 약정서를 내지 않은 그룹이 있느냐. 그 명단도 달라”고 회의에 참석한 전경련 간부에 요구했다. 회의를 마친 뒤에는 전경련 간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9개 그룹에 포함되지 않은) 롯데도 출연 기업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 이외에도 최 차관은 24일에 또 회의를 열어 미르 재단의 `기본 재산 비율' 과 관련된 논의를 했다.
최 차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한 청와대 회의를 주재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룹별 재단 출연금 배분이나 자금 출연 대상 그룹의 범위 등 세부적인 내용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 차관은 “(당시) 안 수석이 한-중 정상회담 전에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미션(임무)을 줬고, 그에 따라 회의를 주재하며 재단 설립 애로사항을 점검했다”며 “재단 출연금 등은 모두 위에서 세팅이 다 끝난 상태였고, (최순실씨 관여 등) 구체적인 내막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또 공소장에 ‘롯데그룹도 재단 출연 그룹에 포함시키라’고 공소장에 적시된 부분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검찰의 이번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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