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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장하준 “사회 공정하면 소득 늘고, 노동도 더 행복해져”

등록 2016-11-23 17:15수정 2016-11-23 22:14

[2016 아시아미래포럼] 특별강연
복지서 중요한건 노동과 공정성
어느 정도 ‘결과 균등’도 보장돼야
복지 확대 통한 소득 재분배 필요
23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2016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행복에 대한 경제학적 이해: 소득, 일자리, 공정성, 그리고 다른 것들'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3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2016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행복에 대한 경제학적 이해: 소득, 일자리, 공정성, 그리고 다른 것들'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일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는 인간 복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사는 사회의 질서가 공정하다고 믿어야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분노하고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로 좌절하는 한국 시민들에게 ‘행복’은 너무 먼 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며, 영국·미국보다 늦게 재분배를 위한 소득세를 도입했으나 대표적 복지국가가 된 스웨덴을 가리키는 경제학자가 있다.

활발한 집필·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가 23일 오후 ‘2016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행복에 대한 경제학적 이해: 소득, 일자리, 공정성 그리고 다른 것들’을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섰다. 그는 “소득이 인간 복지 측정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경제학자들이 소득보다는 더 광범한 행복 개념으로 복지를 측정하려 하고 있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장 교수는 “소득 중심으로 삶의 질을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치가 있다’는 전제 하에 소득을 계산하고, 가사노동으로 생산된 가치는 소득에 포함하지 않아 실제 ‘삶의 질’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장 교수는 이처럼 한계가 있는 소득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노동’과 ‘공정성’이라는 요소를 내세웠다. 그는 경제학계를 지배해온 신고전파가 소비를 중시하는 한편 노동을 ‘필요악’이라고 보고 거의 무시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인간의 자아는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장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외환위기 뒤 악화한 한국의 노동 현실을 지적하며 “소득 수준에 비해 노동 시간, 고용 안정 등의 노동 환경이 너무 열악해 한국인의 복지는 훨씬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가 얼마나 공정한가’도 인간 복지와 연결된다. 장 교수는 “사회가 공정하면 소득도 더 잘 늘어나고, 자기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더 행복한 노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균등한 사회에서 한발 나아가 “실제 인생에서 공정한 경주가 이뤄지려면 기회 균등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결과의 균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과의 평등을 위한 제언으로는 ‘복지 확대를 통한 소득 재분배’를 강조했다. 장 교수는 “한국은 중소기업 보호 고유업종 지정 등으로 시장이 불평등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많이 제약해오긴 했지만 소득 재분배는 매우 취약하다. 그러다 보니 복지국가를 통한 재분배 이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이지만, 워낙 재분배를 적게 하기 때문에 재분배 후에는 오히려 불평등도가 평균 이상으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2016 아시아미래포럼’ 개회식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려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 루이지노 브루니 이탈리아 로마 룸사대 교수, 손경식 씨제이그룹 회장, 정세균 국회의장, 정영무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카르마 치팀 부탄 인사위원회 위원장,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닉 마크스 영국 ‘행복한 일’ 대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6 아시아미래포럼’ 개회식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려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 루이지노 브루니 이탈리아 로마 룸사대 교수, 손경식 씨제이그룹 회장, 정세균 국회의장, 정영무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카르마 치팀 부탄 인사위원회 위원장,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닉 마크스 영국 ‘행복한 일’ 대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전적 시장규제를 통한 ‘선별적 보호’로 불평등을 줄이려는 과거의 노력은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도 지적했다. 자살률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자살률의 경우 한국은 1995년까지 오이시디 평균 아래에 있었는데 지금은 1등까지 높아졌다”며 “과거의 시스템이 완전히 한계에 봉착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복지 실현=저성장’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복지와 성장이 상충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없는 신화”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미국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1.5배가량 높은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성장률이 더 높은 현실을 가리켰다. 그는 “복지국가가 잘돼 의료·교육 등 기본생활이 보장되고, 실업수당과 직업재교육이 제공되면 해고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이 적어지고 필요한 새 기술을 더 빨리 취득할 수 있어서 경제가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고 성장도 더 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복 증진을 추구하는 복지국가로 방향을 틀기 위해 가장 어렵지만 꼭 필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다. 장 교수는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동구매’”라고 주장한다. 그는 “가난한 사람은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많기는 하지만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는 내니까 ‘공짜’가 아니다”라며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가 진정한 사회복지이고, 그래야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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