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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제에 이상징후 쌓이는데 내년예산은

등록 2016-12-07 12:25수정 2016-12-07 16:14

정부안 거의 그대로 국회 통과…성장률·하위층소득 하락 등에 어떻게 대처할지
19세기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비평가인 토머스 칼라일은 경제학을 ‘우울한 과학’이라고 불렀다. 경제학이 세상 일을 수요와 공급이라는 냉정한 원리로만 해석하려는 경향을 빗댄 것이다. 칼라일의 명명대로 경제학이 진짜 우울한 학문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릴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우리 경제 현실이 우울한 것은 분명하다.

이는 몇가지 수치를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은 며칠 전 3분기(7~9월) 국내총생산이 전분기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정부가 새로 낮춰 잡은 전망치(2.8%)를 밑돌 가능성이 작지 않다. 4분기에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으로 소비 등이 더 위축될 수 있어서다. 이럴 경우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성장률이 한은의 잠재성장률 추정치(3.0~3.2%)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우리경제가 지닌 자본과 노동력 등의 생산요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년 사정 또한 좋지 않을 것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내년 전망치를 애초의 3.0%에서 2.6%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이 3.0%에서 하향 조정할 뜻을 내비쳤다. 한국은행(2.8%)과 한국개발연구원(2.4%), 현대경제연구원(2.6%) 등 국내 기관들도 이와 비슷한 2%대 중후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보다 더 낮게 보는 기관들도 있다. 어쨌거나 모두 저성장이 추세로 굳어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다음으로 실업률을 보자.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실업률이 3.7%로 오르고 내년에는 3.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01년(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이렇게 전망한 것은 국내외 경기가 둔화하고 기업 구조조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2013년(3.1%) 바닥을 친 뒤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실업률이 고용사정을 적절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고려하더라도 걱정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지난 3일 새벽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지난 3일 새벽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의 부담은 저소득층에 더 많이 지워질 것이다. 통계청 최신 자료가 이를 잘 보여준다. 최하위 10%(1분위) 계층의 3분기 가처분소득은 한달 평균 71만7000원으로 한해 전보다 16.0%나 줄어들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1분위 가처분소득은 2013년 4분기 이후 줄곧 10% 안팎으로 늘다가 올해 1분기(-4.8%)부터 줄고 있다. 차상위계층인 2분위와 3분위도 1분위보다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감소세다. 반면, 최상위층인 10분위의 경우 2분기(-0.3%)를 빼곤 상승세이며, 3분기(3.2%)에는 10개 분위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지난 몇년간 미미하나마 개선되던 소득분배가 다시 악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에는 통계청이 공표하는 지니계수 등이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를 보여왔다.

이들 이상징후를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는 게 그중의 하나인데 실망스럽다. 내년예산안을 짠 정부도 그렇지만 특히 국회가 이 예산안을 별로 손질하지 않고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내년 재정지출 규모가 올해 추경예산 대비 0.5% 정도 늘어날 뿐이다. 지금처럼 경기가 둔화할 때는 지출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함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투자를 크게 늘리거나 할 낌새가 없는데도 말이다.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이 정부안보다 0.4% 포인트 준 것 등도 문제다. 과다하게 책정된 국민연금 지급 예상액을 낮춰 잡은 것은 타당하지만 구직급여와 산재급여 확충 예산을 줄인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해당 예산이 노동개혁법안과 연계된 것이긴 하나 법안 처리와 상관없이 살렸어야 한다. 실업률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연하지 않겠는가.

물론, 국회가 소득세 최고세율을 40%로 높이고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정부 지원으로 충당키로 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저소득층, 나아가 중산층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나라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국회가 좀더 고민해야 한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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