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치는 재정 확대 권고, 왜?
1~10월 215억7천억…작년비 23조↑
부가세 7조, 법인세 8조, 소득세 7조↑
경기 급락 속 세수 풍년은 이례적
1~10월 215억7천억…작년비 23조↑
부가세 7조, 법인세 8조, 소득세 7조↑
경기 급락 속 세수 풍년은 이례적
저소득층의 울음소리는 귀를 때리는데 나라 곳간은 ‘대풍년’이다. 정부 세수 목표치보다 최소한 8조원의 세금이 더 국고에 들어올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이 내년 성장률이 2%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 경기 완충을 위한 재정 여력은 넉넉한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확장적 재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12월호)을 보면, 올 1~10월 누적 국세 수입 규모는 215조7천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3조2천억원이 더 들어왔고, 정부의 계획 대비 실제 세입 비중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4%포인트 더 높은 92.7%이다. 지난해에도 정부 예상치보다 세금이 더 들어왔는데, 올해에는 세입 실적이 더 좋다는 뜻이다.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는 상황에서 세수 풍년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부가가치세 호조세는 특히 눈길을 끈다. 부가세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60조2천억원이 걷혔다. 해넘이가 두 달이나 남았는데 벌써 정부 예상 목표치(추가경정예산 기준) 59조8천억원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7조원 가까이 더 걷혔다. 올해 들어 소비 위축 현상이 두드러진 점을 염두에 두면 소비세 일종인 부가세 세수 급증은 자영업자를 겨냥한 ‘세무 행정’이 대폭 강화된 데 그 원인이 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이 충실히 이행되면서 부가세가 많이 걷힌 것 같다. 국세청이 쌀 한 톨도 박박 긁어가고 있다는 자영업자의 아우성을 전해 듣고 있다”고 말했다. 부가세와 함께 3대 세목에 꼽히는 법인세와 소득세도 전년보다 각각 8조원, 7조원가량 더 걷혔다.
11~12월 국세 수입이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만 들어온다면 올해 정부가 예산안에서 잡은 세수 목표치를 넘어서는 국세수입은 최소 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초과세수는 국가재정법상 국가채무 상환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보내줄 돈을 늘리는 데 쓰인다. 정부는 지난 9월 추경 예산을 편성하면서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4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대 이상의 세금이 들어오면서 정부의 재정 여력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재정 여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달 초 이미 내년 예산이 확정된 만큼 현재 가능한 재정 확대 방법으로는 ‘재정 조기집행’이 꼽힌다. 하반기에 쓸 재정을 상반기에 끌어다 쓰는 이런 재정 운용은 하반기 재정 절벽을 낳는 등 부작용을 초래하지만, 현재로선 뽀족한 대책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가 너무 좋지 않다. 실제 지표뿐만 아니라 심리 지표마저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며 “현재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재정밖에 없다. 내년 상반기가 아니라 1분기(1~3월)에 재정을 최대한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이어 “특히 재정 조기집행 분은 일자리와 복지 등 민생 안정 분야에 집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처방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책 권고와도 맞닿아 있다. 이 기관은 재정 조기집행 외에도 내년 5월께 대규모 추경안 편성을 할 필요가 있으며, 추가 지출은 사회안전망 강화 분야에 집중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경락 김소연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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