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출입기자 간담회는 애초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유 부총리는 지난 4월 취임 100일 기념 회견을 끝으로 한 차례도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을 정도로 ‘언론과의 소통’에 소극적이었다. 유 부총리는 “경제사령탑이 (나라는 사실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중심을 잡고 가겠다”며 현재 마련 중인 ‘2017년 경제정책방향’의 윤곽을 막힘없이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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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소득 확충 유 부총리는 저소득층 소득 지원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며 ‘생계급여 확대’를 콕 짚었다. 생계급여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급여로, 저소득층을 위한 대표적인 소득지원책 중 하나다. 지난 7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는 내년 생계급여를 134만원(4인 가구 기준)으로 책정한 바 있다.
정부는 생계급여 확대를 여러 갈래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100만명이 넘는 생계급여 사각지대를 낳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급여 지급 대상을 넓히거나 지급 대상은 그대로 두더라도 지급액을 더 늘리는 것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특히 올해 들어 저소득 1인 가구의 소득 감소폭이 크게 확대되고 다른 가구에 견줘 생계급여 지급액이 적다는 판단에 따라 1인 가구(2017년 기준 49만6천원) 지급액을 늘리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급액 인상 때) 필요한 재원은 추경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올해 예산에 책정된 예비비(사용처를 정하지 않고 남겨둔 정부의 여윳돈)를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내년 예산에 잡혀있는 생계급여 예산은 3조6700억원(중앙정부 예산 기준·약 127만명 대상)으로 올해 관련 예산보다 3천억원가량 더 많다. 양동교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내년 급여 수준은 이미 결정됐지만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재의결하면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장 감독과 처벌 강화,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 단속 확대, 임금체불 구제와 단속 강화 방안도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추진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저소득층 소득 확충 방안이 경제정책방향의 핵심 내용이 되는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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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월 추경 편성 검토 유 부총리는 “계획대로 내년 1분기에 재정 조기집행률을 끌어올리고 에너지 신산업을 중심으로 공기업 투자도 확대해 재정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재정 조기집행은 하반기에 쓸 예산을 앞당겨 쓰는 ‘가불식 재정운용’이란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유 부총리가 조기집행을 강조하고 나선 건 그만큼 내년 1분기 경기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도 애초 목표치를 크게 초과달성해 1년간 써야 할 예산 중 33%를 1분기에 쏟아부은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재정집행률도 사상 최고치였다. 내년엔 그 수준보다 더 높게 집행률을 가져가겠다는 게 유일호 부총리의 뜻”이라며 “자금 배정과 집행 사업 분류와 관련된 작업에 속도를 바짝 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추경 편성과 관련해 “내년 1분기 조기집행 결과를 본 뒤에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안팎에선 유 부총리가 추경 편성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내년 본예산이 확정된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이란 말을 입에 올린 것 자체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재정을 연초에 많이 투입하게 되면 하반기엔 ‘재정 절벽’ 현상으로 경기가 더 가라앉는다. 이런 조기집행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은 추경밖에 없고 이 점은 재정학을 전공한 유 부총리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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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관리에 무게 끝으로 유 부총리는 위기관리를 강조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임박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을 유 부총리는 언급했다.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다만 유 부총리는 “시장 이상 징후가 발생할 경우 단호히 시장 안정화 조처를 하겠다”고만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