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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심층분석] 내년 미국 금리 3번 인상론의 허실

등록 2016-12-19 13:06수정 2017-02-06 11:53

미 연준의 점도표, 연준의 계획이 아냐
부실한 근거가 정책 실기 불러
이번에는 다를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한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2010년에 동료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와 함께 <이번엔 다르다>란 책을 펴냈다. 800년 역사 분석을 통해 부채와 성장 간의 상관도를 따져본 연구였다. 분석 결과는 이렇다. 공공부채비율이 90% 미만일 때는 공공부채와 경제성장 간에 별다른 관계가 없었으나, 공공부채비율이 90%를 넘어설 때는 성장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공공부채비율은 공공부채를 국내총생산(GDP)로 나눈 값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던 미국 등 주요국 정부가 뜨끔해할 만한 주장이었다. 재정확대로 공공부채비율이 하늘 높게 치솟고 있었던 탓이다. 로고프 교수의 책이 던진 메시지는 “재정 확대는 위험하다”였다. 책 제목을 역설적으로 달아놓은 셈이다.

대학자의 실수와 파장

3년 뒤인 2013년에 로고프·라인하트 교수는 큰 시련을 맞는다. 미 메사추세츠대학(UMASS)의 학자들이 이들의 연구에 심각한 결함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800년의 연구 분석 과정에서 일부 데이터를 잘못 다뤄 엉터리 결론이 도출됐다고 소장 학자들은 주장했다. 미 <뉴욕타임스> 온라인에서 공방이 중계되기도 했던 ‘로고프 사태’는 결국 로고프 교수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봉합됐다.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교수는 “로고프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엑셀이 만들어낸 침체”란 조롱섞인 칼럼을 자신의 블로그와 <뉴욕타임스>에 실었다.

대학자도 실수는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파장은 컸다. 2010년 로고프 연구에 영향을 받아 주요국은 앞다퉈 ‘긴축 재정’으로 돌아섰다. 로고프 제언대로 부채를 줄여 제2의 침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기초재정수지는 2008~2010년까지 크게 적자 행보를 보이다 그 이후 점차 적자폭이 줄어든다. 이런 재정 기조는 어떤 결과로 나타났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1월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2010년 이후 상당수 국가가 균형재정을 추구하면서 결과적으로 공공부채비율이 더 상승하고 말았다. 경기 침체기에는 재정을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부채비율을 낮춘다”고 밝혔다.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행한 긴축 재정이 외려 성장률을 떨어뜨려 공공부채비율을 더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2010년 선진국에서 갑자기 긴축 정책으로 급선회를 한 것은 금세기의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내년 금리 세번 인상?

3년 전 이야기를 되짚은 건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 만에 다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한 뒤 나온 여러 분석들과 전망을 보면서다. 상당수 분석가들은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세차례 더 올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전망 속에 자연스레 한-미 금리 간 역전 가능성이나 이에 따른 자본 유출을 우려하는 분석이 뒤따르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위험하다라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일부 언론은 1994년 당시 미 연준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린 사례까지 언급했다. 공포심을 한껏 부추긴 것이다.

* 2016년 12월 발표된 점도표 자료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2016년 12월 발표된 점도표 자료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런 전망과 분석의 바탕이 된 근거는 미 연준이 발표한 ‘점도표’에 바탕을 둔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이 각자가 예상하는 특정 시간(1년·2년·3년·장기) 이후의 금리 수준을 적은 것을 보여주는 표다. 미 연준은 시장이 연준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기 위해 여러 장치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점도표다. 여하튼 이번 점도표에선 연준 위원 다수는 2017년 말 적정 금리 수준은 현재(0.50~0.75%)보다 0.75%포인트 높은 1.25~1.50%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17명의 위원 중 가장 많은 6명이 이 금리대를 찍었다. 연준의 금리 세번 인상론은 바로 이 점도표에 따라 0.25%포인트씩 세번, 내년에 올릴 것이라는 ‘단순 계산’에 바탕을 둔 셈이다.

이는 매우 순정한 접근이다. 과거 점도표와 실제 연준의 정책금리 결정 간의 상관도를 따져볼 때 그렇다. 가령 연준이 7년간의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정책금리를 올렸던 지난 2015년 12월 점도표를 보자. 여기에 따르면, 현재 정책 금리는 1.25~1.50%이어야 한다(17명 위원 중 7명이 제시한 금리 수준). 한 해 동안 연준이 네번(0.25%포인트씩 올린다고 가정)씩 올려야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연준은 올해 단 한 차례만 금리를 인상했다. 당시 점도표는 2017년 금리 수준을 무려 현재(0.50~0.75%)보다 1.25%포인트 높은 1.75~2.0%로 예상하고 있다. 한마디로 ‘과거의 점도표’는 연준의 실제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에는 별다른 효용이 없었던 셈이다.

* 2015년 12월 발표된 점도표 자료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2015년 12월 발표된 점도표 자료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경계심은 갖자

그렇다면 점도표는 아무런 효용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외려 점도표와 실제 연준의 금리 결정 간 드러난 꾸준한 차이에서 “경제가 연준 위원의 애초 예상보다는 성장 속도가 느렸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준 위원이 미국 경제를 지금껏 장밋빛으로 내다봤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기대 수준을 낮춰왔다는 뜻이다. 점도표 변화에서 연준의 시각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점도표는 과거와 다른 뚜렷한 특징이 하나 있다. 지난 9월 점도표에선 연준 위원 중 7명이 내년 적정금리 수준으로 1.0~1.25%로 적었다. 12월 발표된 점도표에서 나온 중간값(1.25~1.50%)보다 낮다. 요컨대 지난 9월보다는 12월에 연준 위원의 경제 전망이 좀더 긍정적으로 변화한 셈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9월보다 12월에 더 커진 셈이다.

오류로 드러난 로고프·라인하트 교수의 주장은 주요국이 재정 긴축에 나서게 된 빌미가 됐다. 마찬가지로 아주 부분적인 정보만 제공하는 점도표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 국내 거시경제정책은 물론 개별 경제주체들도 잘못된 선택을 하기 십상이다. 이번에는 다를까?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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