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중심 소득 줄어들고 있는데다
경기 불확실성 커져 소비 심리도 ‘꽁꽁’
경기 불확실성 커져 소비 심리도 ‘꽁꽁’
한 달에 100만원도 쓰지 않는 가구가 1년 남짓 동안 꾸준히 늘고 있다. 저소득층 중심으로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소비심리마저도 크게 나빠진 탓이다.
19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3분기(7~9월) 현재 전체 가구 중 월평균 지출 규모가 100만원을 밑돈 가구(2인 이상 가구·실질지출 기준) 비율은 13.01%이다. 이는 2009년 3분기(14.0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평균 지출 규모가 100만원 미만인 가구 비율은 2003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줄곧 10~12%선을 맴돌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13~14%까지 급등했다가 다시 8~11% 수준으로 내려섰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올 1분기엔 11.96%, 2분기엔 12.5%를 찍은 뒤 3분기에 13% 벽마저 넘어선 것이다.
지출 규모가 적은 가구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쓸 돈 자체가 줄어들어서다. <한겨레>가 올 1~3분기 월평균 소득과 지난해 같은 기간의 월평균 소득을 비교해보니, 월평균 지출 규모가 100만원 미만에 속하는 가구의 소득은 0.23%가 감소해 전체 가구(-0.11%)보다 더 많이 줄어들었다. 한 해 전 기초연금 확대 등으로 같은 기간 소득이 7% 남짓 늘었다가 올해 들어 소득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월평균 지출 규모가 100만~200만원에 속하는 가구도 같은 기간 소득 감소율이 1.01%에 이르렀다.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명목소득 감소폭은 이보다 더 크다.
여기에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도 월평균 100만원 미만 지출 가구의 비중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올 4분기 들어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짙어진 탓에 저소득 가구는 더더욱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11월 한국은행이 한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월평균 소득 규모가 100만원 미만인 가구 다수는 앞으로 6개월 뒤 현재보다 소비를 더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이런 가구의 소비지출전망(CSI) 지수는 10월 100에서 11월 91로 크게 주저앉았다. 월평균 소득 규모가 100만~200만원에 속한 가구 역시 비슷한 응답을 하면서 해당 지수는 같은 기간 101에서 96으로 5포인트 내려앉았다.
기획재정부 쪽은 “저소득 가구의 소득과 소비 감소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이달 말 발표할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 저소득 가구의 소득 확충과 소비 활성화와 관련된 정책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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