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급랭에도 정책 대응은 미미
민생 대책도 내년 하반기로 미뤄
짠물 예산 탓에 과감한 정책 추진 어려워
관건은 결국 추경 규모와 편성 시기될 듯
민생 대책도 내년 하반기로 미뤄
짠물 예산 탓에 과감한 정책 추진 어려워
관건은 결국 추경 규모와 편성 시기될 듯
내년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면서도 정부는 이렇다 할 만한 경기 진작책은 내놓지 못했다.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 가구의 소득을 확충해주는 데 필요한 재원인 예산을 매우 짜게 편성해 놓은 탓이다. 경기 급랭 충격 완화를 위해 내놓은 민생 안정 관련 제도 개선 방안들은 대통령 탄핵심판 등으로 국정 리더십이 크게 훼손된 탓에 실현 가능성이 작아 무게를 두기 어렵다.
정부는 29일 발표한 ‘2017 경제정책방향’에서 “재정과 금융 등 가용 재원 활용을 극대화한다”며 ‘재정 조기집행’과 함께 20조원 이상의 재정 보강에 나선다고 밝혔다. 20조원 금액 자체는 지난 9월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추경) 11조원의 두배에 이르나, 내용을 뜯어보면 경기 부양 효과엔 한계가 있다. 국책금융기관의 대출과 보증을 확대(8조원)하거나 필수 공공서비스 등에 공기업 투자를 확대(7조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재정 조기집행도 하반기 돈을 상반기에 끌어다 쓰는 것이어서 연간 기준으로 경기 부양 효과는 미미하다.
일자리 대책도 부실하다. 내년 신규 일자리 창출 규모가 청년취업난이 심각했던 올해(29만명)보다도 줄어든 20만명대 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적극적 정책 대응’의 알맹이가 없다는 얘기다. 최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조차 ‘내년 상반기 고용 절벽’을 경고한 상태다. 내년도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8%가량 많으며, 이를 상반기에 최대한 당겨 쓰는 게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하지만 돈을 어디에 어떤 무게로 배분할 것인지 구체적 로드맵은 부재한 상태다. 정부는 6만명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새로 뽑기로 한 점도 내세웠지만, 이는 예년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대기업의 설비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끌어내려 고용을 많이 할수록 세금을 깎아주는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의 감면율을 최대 1%포인트 높인 정책도 있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 감세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경기 한파에 가장 취약한 저소득 계층을 지원하는 민생안정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 방안들은 중장기적인 효과는 몰라도 당장의 추위를 녹이는 데는 역부족이다. 최저임금 미준수·임금 상습체불·외국인 노동자 불법 고용 사업장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저소득 1~2인 가구에 대한 생계급여 확대 방안은 오는 7월에, 비정규직 등 사회보험 수혜를 못 받는 취약 노동자를 줄이는 방안 역시 내년 9월에나 마련된다. 내년 하반기 제도 개편 때나 윤곽이 나올 이런 정책들은 대통령 탄핵심판 등 정치 일정 탓에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얘기가 정부 내에서도 나온다.
정부가 경기 급랭 우려에도 ‘맹탕’ 경제정책방향을 들고나온 건 2017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된 지난 9월부터 예고돼 있었다. 경제정책의 힘은 주로 예산에서 나오는데, 내년 예산 규모 자체가 올해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친 사실상의 ‘긴축 예산’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소득 확충이나 고용 시장을 두텁게 하기 위해선 정부가 돈을 쓰지 않으면 그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내년 경기의 향배는 추가경정예산을 언제 어떤 규모로 편성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새누리당은 정부에 내년 2월 추경 편성 검토를 요구해 놓은 상태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추경 편성 여부는 내년 1분기 경기 흐름을 보고 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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