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개인서비스요금이 물가 끌어올려
내년 물가 오름폭 좀더 커질 듯…유가 상승 탓
저물가 탈피는 시기상조…한은, “완화 기조 유지”
내년 물가 오름폭 좀더 커질 듯…유가 상승 탓
저물가 탈피는 시기상조…한은, “완화 기조 유지”
올해 들어 개인서비스요금과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가 한 해 전보다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전 물가가 0%대 상승에 머물면서 우려를 낳았던 ‘디플레이션’ 압력이 누그러진 것이다. 내년 물가는 올해보다도 조금 더 상승한다는 전망이 많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16년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한 해 전보다 1.0% 올랐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0.7%)보다 상승폭이 0.3%포인트 더 커진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물가를 끌어올린 일시적 변수였던 담뱃값 인상(물가 기여도 0.58%포인트)을 빼고 물가 수준을 다시 따져보면 올해 물가는 한 해 전보다 상승폭이 0.9%포인트나 더 커졌다. 이런 상승폭은 2011년(1.1%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
개인서비스 품목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많은 기여(0.85%포인트)를 했다. 보험서비스료는 한 해 전보다 무려 23.5%나 뛰었고, 외식용 소주값도 11.7% 올랐다. 아파트 관리비(3.7%)나 고등학생 학원비(2.9%)도 평균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여기에 여름 가뭄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나빴던 농축산물도 물가를 0.37%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배추(69.6%)·마늘(32.2%)·무(48.4%) 값이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 등 주요 물가 전망 기관들은 내년에 물가 오름폭이 올해보다 좀더 커질 것으로 본다. 한은은 지난 10월 전망에서 내년 물가상승률을 1.8%로 제시했다. 지난 29일 경제 전망을 발표한 정부도 내년 물가가 올해보다 1.6%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전망은 올 하반기부터 뚜렷해진 국제유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연중 평균)이 올해 41달러에서 내년 51달러로 24.4%가량 상승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한국 경제가 수년째 이어진 ‘저물가’ 현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은이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 정책을 펼 때 기준으로 삼는 ‘물가안정목표’는 2.0%다.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고 내년 미국 금리의 상승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도 한은이 지난 29일 “내년에도 완화적 기조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2017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밝힌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일부에선 내년 물가 상승폭이 1% 중반을 밑돌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유가 상승 등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올 하반기부터 뚜렷해진 가계 소득의 부진이나 내년 상반기에 나타날 ‘고용 절벽’ 등 물가를 끌어내릴 요인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근거를 들어 내년 물가가 1.1% 상승에 머물 수도 있다는 전망을 최근 내놨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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