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공제는 3조2천억원만…일부 기업 이중 과세에 노출
김종민 의원, “외국 투자 는 탓에 국내 과세 기반 취약해져”
김종민 의원, “외국 투자 는 탓에 국내 과세 기반 취약해져”
재벌 대기업들은 외국에 실제 낸 세금보다 국내에서 세금 공제를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업에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이미 외국 정부에 세금을 냈으면, 국내에선 이를 세액 공제해준다. 그러나 이런 외국납부세액 공제가 최근 5년 새 가파르게 증가해 국내 세수 기반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대기업(이하 재벌 대기업)이 지난 2015년에 외국에 낸 세금은 모두 3조6766억원이다. 이 중 국내 외국납부세액 공제 제도에 따라 국내에서 받은 공제세액은 3조1682억원이었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낸 세금 규모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공제액으로 외국에 낸 세금을 추정해왔다. 이는 재벌 대기업들이 5100억원가량의 세금을 국내와 외국에 이중으로 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재벌 대기업이 외국에 낸 세금이나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최근 5년간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과 2015년을 비교하면, 국외 소득은 125% 증가했고, 외국에 낸 세금도 같은 기간 228% 늘었다. 국내에서 받은 공제액 역시 175% 증가했다. 이는 해당 기간 국내 기업의 국외 투자와 진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나타난 결과다.
김종민 의원은 “복지 등 재정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납부세액 증가로 국내 세수 기반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국내 기업이 낸 국가별 납부 세액 규모도 공개했다. 중국이 1위로 2011~2015년 6조5천억원을 국내 기업에서 세금으로 받아갔다. 2위는 미국(1조7403억원), 3위는 베트남(9515억원) 순이었다. 김 의원은 “국내 기업이 세금을 많이 낸 나라들은 모두 한국의 법인세 최고 세율보다 높은 나라들”이라며 “법인세 인상이 국내 기업의 외국 이전을 부추긴다는 (일부의) 법인세 인상 반대 논리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낮은 세율을 찾아 국내 기업의 국외 이전이 늘어나고 있다는 재계 등의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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