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법안 도움 안된다 생각”
대한상의 초청 간담회서 밝혀
경영권 방어제 도입도 주장
기재부 “법무 포함한 정부 입장”
노골적 편들기에 논란 예상
대한상의 초청 간담회서 밝혀
경영권 방어제 도입도 주장
기재부 “법무 포함한 정부 입장”
노골적 편들기에 논란 예상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계의 상법 개정 반대에 동조하고, 경제계가 요구하는 차등의결권제 등 경영권 방어제도의 도입까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상법 개정은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삼성 등 일부 재벌의 정경유착 혐의가 드러나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유 부총리의 발언은 논란이 되고 있다.
유 부총리는 20일 오전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초청간담회’에서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규제법안들(이 쏟아지는 것)은 (경제나 기업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에 이런저런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드리는데, 제가 더 노력해야겠다”며 상법 개정에 반대 뜻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참석 기업인의 질문에 답변하면서도 “외국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의 이사회를 장악하는 등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위협하는 부분이 있어 국회에 잘 설명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영계의 ‘경영권 위협론’까지 거들었다.
이는 박용만 상의 회장이 인사말에서 “20대 국회에서 경제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이 590개인데 407개가 규제법안들로, 이것들이 한꺼번에 휩쓸리듯 통과되면 기업이 얼마나 어려워질까 걱정된다”며 상법 개정에 반대 뜻을 밝힌 것에 적극 동조한 것이다. 상의는 지난 8일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에서 핵심내용인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등에 대해 ‘1주 1의결권’이라는 시장경제원칙 훼손, 의사결정 지연·왜곡 위험성을 이유로 내세워 반대했다.
유 부총리는 또 “상법 개정이 부분적으로 이뤄지면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없다시피 한 경영권 방어제도를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또한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이 오래전부터 기존 대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에 일반주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제’ 등의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동조한 것이다.
유 부총리의 상법 개정 반대는 2월초 국회 대정부질문에 답변하면서 “상법 개정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순기능도 있지만 기업의 지배권을 과도하게 공격하는 세력에 대한 방어기제가 약화되는 측면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또 상법 개정에 찬성하는 야당·시민단체와 반대하는 경영계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분명한 근거도 없이 경영계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5일 상법 개정을 촉구하는 논평을 냈던 경제개혁연대는 “경영계가 경영권 위협을 부풀리는 여론조작을 통해 상법 개정을 무산시키려 시도하는 것에 유일호 부총리가 무책임하게 동조했다. 이는 권력과 재벌간 정경유착을 근절하라는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재벌의 나팔수 노릇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고 비판했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유일호 부총리의 상법 개정에 대한 발언은 주무부처인 법무부를 포함한 정부의 입장”이라며 “차등의결권제 등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은 정갑윤 의원이 이미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어, 국회가 본격적으로 법개정 논의를 시작하면 함께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김경락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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