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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은이 고용불안 해소에 적극 나서게 하자

등록 2017-02-22 11:00수정 2017-02-22 13:15

미국 연준 등 참고할 필요…한은법 고쳐 제도적 뒷받침 검토할 때
“자동화와 결부된 세금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공장 노동자가 가령 (한해) 5만달러를 받으면 그는 걸맞은 소득세와 사회보장세 등을 내야 한다. 로봇이 같은 일을 한다면 사람들은 로봇에도 비슷한 수준의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혁신이 초래할 결과와 관련해 사람들이 대체로 열광하기보다 두렵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면 정말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혁신이 낳을 수 있는 긍정적인 면들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현실에서 로봇에) 과세하는 것은 혁신의 일부 요소를 금하는 것보다 혁신을 통제하는 데 확실히 더 좋은 방법이다.” “(로봇 과세와 자동화 진전에 따른 잉여 노동을 활용해) 노인들을 돌보고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며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을 돕는 일을 더 잘하도록 하자.”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지난 17일 온라인 매체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자동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로봇세 도입 등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로봇의 일자리 대체는 화급을 다툴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해법을 모색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고용불안이 큰 파장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풀어야 할 일자리 문제는 더 말해 무엇할까 싶다. 우리나라 고용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한해 전보다 24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두달 내리 증가폭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7월(-6만5000명) 이후 계속 줄어드는 반면, 자영업자는 8월(7만9000명) 이후 늘어나고 있다.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금세 좋아지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지난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국민 체감도가 높은 에너지, 소프트웨어 등의 분야에서 20개 주요 일자리 과제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노력만으로 큰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통화정책을 맡은 한국은행이 적극 나서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로 한은이 일자리 창출에 한몫을 하게 하는 것이다. 한은법을 고쳐 설립목적에 고용안정을 덧붙이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현재 한은의 설립목적은 물가안정이고, 금융안정이 부차적인 목적으로 규정돼 있다. 고용안정을 추가한 한은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고용극대화, 물가안정 등)와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은행(완전고용, 통화안정 등)이 고용안정을 설립목적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 중앙은행(고용수준의 변동성 완화 등)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고용증진 등)이 고용안정에 버금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언젠가 “나는 중앙은행이 단순히 물가안정만을 설립목적으로 삼아 물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고용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한 것도 참고할 만하다. 연준이 금융위기 이후 고용상황 개선에 큰 구실을 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한은 간부들도 고용의 중요성을 때때로 언급하고는 있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해 3월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경제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것이 국민의 풍족한 삶과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데 있기 때문에 고용안정이야말로 경제정책이 추구해야 하는 지향점이다”라고 말했다. 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금통위가) 하여튼 고용의 양과 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문제는 한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고용안정을 중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외 발언과 실제 정책이 어긋난다.

한은 설립목적에 고용안정을 넣으면 한은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물론, 현재 한은이 보유한 정책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설립목적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 서면 이는 정책수단의 조정 등을 통해 풀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 그중에서도 대선주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대부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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