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와 세종시 전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한 2012~2016년 5만명 이상의 수도권 인구가 지방으로 순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는 4년 연속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인구가 순이동했다. 순이동이란 전입에서 전출을 뺀 숫자를 말한다.
1일 <한겨레>의 경제월간지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국가통계포털’의 인구이동 통계를 분석해보니 196개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산하기관의 이전이 추진된 2012~2016년 사이 5만1822명의 수도권 인구가 지방으로 순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의 인구는 해방 뒤 2010년까지 줄곧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이동하다 2011년 처음으로 8450명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순이동했다. 2012년엔 6900명이 다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이동했으나, 2013년부터는 4년 연속 수도권에서 지방으로의 인구가 순이동했다. 2013년 4384명, 2014년 2만1111명, 2015년 3만2364명, 2016년 863명 등이었다. 다만 2016년의 순이동 규모가 863명으로 크게 줄었다. 황희연 충북대 교수는 “이제까지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의 이주가 대부분이었다. 수도권 인구가 지방으로 더 이동하려면 기업과 대학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으로 순이동한 5만1822명은 같은 기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인원 6만여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2~2016년 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로 이전 대상인 공공기관은 모두 196개이며, 인원은 6만명가량이다. 세종시에 중앙행정기관 20개 1만3040명, 소속기관 20개 1660명, 국책연구기관 15개 3550명, 개별 기관 7개 1500명 등 62개 기관 1만9750명이다. 10개 혁신도시엔 134개 기관의 4만여명이 이전 대상이다. 196개 공공기관 가운데 2016년 말까지 이전하지 않은 기관은 세종시 5개, 혁신도시 11개뿐이다.
광역별로 보면, 충청권에서 가장 큰 효과가 나타났다. 2012~2016년 11만2118명이 수도권에서 충청권으로 이주했다. 매년 인구이동 규모도 1만6천명에서 2만9천명으로 고른 편이었다. 충청권 안에서는 큰 차이가 났다. 충남이 4만6098명으로 가장 컸고, 세종이 4만3118명, 충북 2만5158명이었다. 대전은 오히려 2256명이 수도권으로 유출됐다. 노무현 정부의 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충청권으로의 인구 이동 목표는 65만명이다.
지난 5년 동안 충청권 다음으로 수도권 인구를 많이 유입한 권역은 제주와 강원이었다. 제주에는 5년 동안 3만6130명, 강원에는 1만8841명의 수도권 인구가 이동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제주는 수도권에서 멀지만 비행기를 이용한 이동 시간이 길지 않다. 강원은 고속도로와 준고속철도 등이 추가 건설되면서 수도권에서의 접근이 더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영남과 호남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에도 5년 동안 줄곧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출됐다. 영남은 5년 동안 9만6128명이 수도권으로 이동해 인구 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호남도 같은 기간에 1만9139명이 수도권으로 유출됐다. 노무현 정부는 2030년까지 영남권에 72만명, 호남권에 34만명의 수도권 인구를 이동시킬 계획이었다. 조명래 교수는 “영호남은 수도권과 먼데다 경제 활동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 획기적 계기가 없다면 한국은 발전하는 수도권과 충청권, 강원권 등 중부와 쇠퇴하는 영호남 등 남부로 갈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5년 동안 가장 많은 수도권 인구를 끌어들인 충청권에도 고민은 있다. 이른바 ‘세종시 블랙홀’ 현상이다. 지난 5년 동안 세종시에는 무려 14만2505명의 인구가 유입됐다. 그러나 이 유입 인구의 59.7%(8만5018명)는 충청권에서 왔고, 수도권에서는 30.3%(4만3118명)밖에 오지 않았다. 특히 대전은 지난 5년 동안 세종시로 5만4624명(38.3%)이나 유출돼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강현수 충남연구원장은 “현재 70만명으로 돼있는 세종시의 인구 계획을 50만명 정도로 축소하고, 세종 신도시에 집중된 국가의 투자를 주변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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