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차이나가 지난해 광군제 때 온라인쇼핑몰 티몰에 연 브랜드관 화면. 이랜드 제공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빠르게 성장중인 역직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행·유통업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비재 영역의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조처와 소비자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이나 중국의 온라인쇼핑몰 등을 통해 국내 브랜드 제품을 사는 ‘역직구’는 중국 내 온라인·모바일쇼핑이 확대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2016년 온라인 해외 직접판매액 가운데 중국 쪽 판매액은 1조7905억원이다. 전년(8620억원)에 견줘 108%나 증가한 것으로, 전체 역직구 판매액 중 80%에 이른다. 올해는 중국 소비자의 역직구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중국인의 역직구가 늘자 국내 기업들은 이를 공략하기 위해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쇼핑 명절로 꼽히는 ‘
광군제’ 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지난해 11월11일 광군제를 주도하는 타오바오의 매출은 20조7천억원을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 기업들이 많은 매출을 올렸다.
대 중국 수출 및 유통채널을 강화해 온 국내 기업들은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 문제가 본격화한 뒤인 2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매출 추이에 급격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쇼핑몰인 티몰과 타오바오 등 역직구 유통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판매 추이에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향후 중국인 관광객 감소 추이나 중국 현지 분위기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 문제가 정부 차원을 넘어 중국 소비자들의 자발적 불매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에는 ‘하이타오족’(海淘族)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해외를 일컫는 ‘하이’(海)와 제품을 고른다는 뜻의 ‘타오’(淘)를 더한 말로 미국과 일본, 한국 제품 구매를 즐겨 하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기업들은 사드 문제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하이타오족의 구매마저 줄어들까 걱정스러워 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이 있다면 하이타오족을 비롯한 개별 소비자들의 구매가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 온라인 여행사에서 한국 여행 상품이 자취를 감췄듯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페이지 노출 등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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