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소득분배율은 엄밀하지는 않지만 불평등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의 하나다. 국민계정에 잡힌 피용자보수를 국민소득(NI)으로 나눈 값인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아지면 노동을 제공한 사람들의 몫이 커진다는 뜻이어서 불평등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여러 나라에서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경우 지난 몇년간 소폭의 오름세를 나타내긴 했으나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 지난해 3분기(7~9월) 수치는 58.4%에 그쳤다. 이런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추세는 지니계수나 소득집중도의 상승 추세와 큰 틀에서 짝을 이루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왜 이렇게 떨어진 채 예전 수준을 되찾지 못할까. 그동안에는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기술진보, 외국의 값싼 노동력이 국내 일자리를 위협하는 세계화, 임금보다 투자소득을 우대하는 조세정책, 정보·서비스 경제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교육·훈련 수준, 노동조합의 협상력 약화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슈퍼스타 기업들’이 분배율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노동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오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와 로런스 카츠 하버드대학 교수 등이 쓴 ‘노동 몫의 하락과 관련한 산업집중’이란 논문이 그것이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월마트, 코스트코 같은 거대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산업집중도)이 커진 게 노동소득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산업집중 현상은 해당 기업 창업자나 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주지만 전체 노동자들에게는 그렇지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오토 교수 등이 수백개 기업의 재무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집중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노동자 몫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 교수는 “슈퍼스타 기업들은 매우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많은 노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거대 기업들, 특히 기술 기업들이 작은 기업들보다 훨씬 높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거대 기업 노동자들의 몫이 작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전체 노동소득분배율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토 교수 등은 또한 미국 민간 고용의 80%를 담당하는 6개 산업에서 “상당히 지속적으로 집중도가 상승하는 추세”가 드러났다며, 집중현상이 빨리 진행되면 될수록 분배율의 하락 폭은 컸다고 전했다. 제조업의 경우 상위 4개사의 시장점유율이 1982년 38%에서 2012년 43%로, 금융산업은 24%에서 35%로, 소매업은 15%에서 30%로 뛰었다.
논문 공저자인 카츠 교수는 “슈퍼스타 기업들이 (일반기업들과) 다른 점은 비엘리트 노동자들이 올라갈 수 있는 중간계급용 일자리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매우 걱정스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가 다른 나라에서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퍼스타 기업론은 비욘세(대중음악)나 르브론 제임스(농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축구) 같은 슈퍼스타들이 해당 분야에서 승자독식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수입을 올림에 따라 소득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이론을 기업에 확대 적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15년 현재 62.9%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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