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실물경제비상대책본부 가동 “차질없는 정책수행”
금융당국, 외화유동성 긴급점검 나서…주말 비상 경제장관회의
경제단체 일제히 논평 “대립·혼란 끝내고 경제회복 나서자”
헌재 결정문 낭독 때 요동친 증시, 상승 마감으로 안도랠리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 10일 서울 을지로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파면당한 10일 금융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안도했다. 그러나 경제부처와 금융당국은 나라 안팎의 불안 요인이 산재했다고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0.3%(6.29)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0.7원 내려 원화 강세로 전환됐다. 이날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선고 결과를 읽는 동안 주식시장은 표현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정미 대행이 ‘문체부 간부들의 문책성 인사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세월호 참사도 탄핵심판 대상이 안 된다’는 요지의 대목을 낭독한 오전 11시10분께 코스피는 8포인트 넘게 하락 반전했다. 이어 미르재단 설립 등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위법성이 거론되면서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자 재빨리 상승세로 돌아서 10포인트 넘게 오르기도 했다.
경제부처는 선고 직후 위기관리체제에 돌입했다. 경제사령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시국무회의 뒤 기재부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새 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 모든 국가시스템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며, 새 정부 출범에 대비해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한국 경제의 시스템 안정성을 강조하는 부총리 명의의 서한을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에 보냈다. 한 기재부 고위 간부는 “(정치인 출신인) 부총리는 나라가 어려울 때 직업공무원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주말에도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 회의(11일)와 경제관계장관회의(12일)를 열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주형환 장관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고, ‘실물경제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수출과 외국인투자 동향, 산업활동, 통상 문제를 점검·대응하는 체제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필요하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처에 즉각 나서겠다”며 분주히 움직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내외 투자자나 금융권 종사자 모두 어떤 불안감도 가질 이유가 없다”, “조그마한 불안 요인도 면밀히 점검하고 안전장치를 강화하자”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시중은행 및 외국은행 지점 외환담당 부행장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외화유동성 동향을 점검한다.
경제단체들은 “장기간 지속된 정치 불확실성이 일단 걷힌 만큼 기업과 정부 모두 ‘사드 보복’과 보호무역주의 파고 등 안팎의 경제 위기 극복에 매진하자”며 비교적 차분한 논평을 냈다.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는 헌재 결정 직후 낸 논평에서 “정치적 대립과 혼란을 종식하고 기업과 정부, 국민 모두 경제 회복에 나서자”고 했다. 대한상의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과 대외 여건 악화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정치 일정에 밀려 표류하던 핵심 현안 해결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곧바로 대선 정국으로 빨려들어가면서 경제정책 공백이 빚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돼 다행이지만 또다시 대선 문제에 모든 이슈가 묻히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통상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실물경제 불안이 지속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계완 한광덕 김경락 기자 kyewan@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