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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업은 저축하고, 가계는 대출하고

등록 2017-04-03 16:03수정 2017-04-04 20:41

전미경제연구소 50년 흐름 보고서
기업저축 1990년대부터 급증 추세
노동 몫 줄고 세금·배당 증가 미미

한국 기업저축, 가계의 2배 넘어
위험 꺼려 투자보다 금융자산 선호
사내유보금 활용 목소리 높아질듯
전통적으로 가계가 저축을 하고 기업이 돈을 빌려 쓰던 구조에서 기업이 저축을 하고 가계가 빌려 쓰는 구조로 바뀌는 현상이 나라 안팎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들이 배당으로 기업 외부에 돈을 흘려보내기보다는 저축만 늘려가고 있는 탓이다. 이로 인해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 내 쌓인 자금을 임금과 투자·배당으로 끌어내기 위해 ‘사내유보 과세’(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 대선주자들도 기업의 사내유보금 활용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기업이 저축을 늘리는 배경인 경기 불확실성이나 저성장 등의 외부 환경은 다른 나라 기업들도 똑같이 맞닥뜨리고 있다. 3일 미국의 비영리 민간연구단체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기업 저축의 증가’(The grobal rise of coporate saving)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1960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 66개국의 국민계정(SNA) 자료 등을 토대로 기업저축의 장기 추이를 파악했다. 그 결과 1980년대 기업의 총저축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에도 채 미치지 못했으나 2010년대에는 약 1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계 및 비영리 기구’의 저축 비율은 6%포인트가량 하락했다. 기업저축이 많이 늘어난 분기점은 1990년대 중반으로 측정됐다.

기업, 가계, 정부의 시기별 GDP 대비 저축액 비율(좌), 투자 비율(우) 자료 : 전미경제연구소
기업, 가계, 정부의 시기별 GDP 대비 저축액 비율(좌), 투자 비율(우) 자료 : 전미경제연구소
기업 저축의 증가는 국적이나 업종과 무관하게 나타났으며, 국경 간 소득 이전 규모가 큰 다국적 기업이나 전형적인 내수 기업이나 모두 마찬가지였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기업 저축이 많이 늘어난 이유로 기업 영업이익이 급증했지만 배당이나 세금(법인세 등)이 같은 속도로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 바탕에는 노동의 몫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 중 노동 부문보다 기업이 가져가는 몫이 더 늘어났고, 기업이 가져간 몫 가운데 주주에게 나눠줄 배당이나 정부에 내는 세금은 이익이 늘어난 만큼 증가하지 않은 탓에 기업 저축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분석 대상 기간 동안 기업들의 투자가 많이 늘어나지 않은 점을 염두에 두면 기업 저축은 대체로 자사주 등 지분 매입이나 현금 축적, 기타 금융자산 매입 등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사내유보액에 투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처럼 오해되는 경우가 있으나, 실제로는 투자도 저축을 구성하는 한 요소다. 보고서는 “과거에는 가계가 저축하고 기업이 이를 빌려 쓰는 구조였다면, 오늘날에는 기업이 저축하고 가계가 빌려 쓰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기업 및 가계의 총저축 추이
기업 및 가계의 총저축 추이
국내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업(비금융 기업)과 가계(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총저축액은 절대 규모나 증가 속도 모두 엇비슷했으나 그 이후부터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2016년 현재 기업의 총저축액은 296조6천억원으로 가계 저축액(136조원)의 2.1배가 넘는다. 1995~2016년까지 21년 동안 저축액의 연평균 증가율도 기업은 8.3%, 가계는 4.0%로 그 차이가 크다. 앞서 한국은행은 2015년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간(2009~2013년) 한국과 미국, 독일, 일본 4개국의 기업 저축 증가율을 따져본 결과, 한국이 11.5%로 미국(5.4%), 독일(2.8%), 일본(0.5%)을 크게 웃돈 것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은은 이런 결과에 대해 “저축 중에서도 기업의 금융자산 보유액은 많이 늘어난 반면 투자는 매우 부진했다”며 그 원인을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강화된 기업들의 위험 회피 성향과 정보기술 산업 발전에 따른 유형 자산 투자에 대한 수요 감소로 꼽았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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