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전망 개선의 그림자
수출·아이티 업종 중심 회복세
삼성전자 등 4대 IT업체에 온기 집중
수출·아이티 업종 중심 회복세
삼성전자 등 4대 IT업체에 온기 집중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달 전보다 소폭 상향 조정하는 등 과거보다 좀 더 낙관적인 경기 인식을 내놨지만, 현재 경기 상황이 추세적으로 회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신하지 못했다. 국외에서 불어오는 훈풍에 수출과 투자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겠으나, 정체된 가계소득이나 높은 부채 등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은 여전하다고 본 탓이다.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놓고 벌어지는 한-중 갈등 격화 등 국외 훈풍이 언제 돌풍으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점도 한은이 소극적 낙관론을 펴는 데 머무른 배경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경제 회복세나 국내 수출과 투자 부문의 예상을 넘어서는 개선과 같은 긍정적 측면을 언급하면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에도 적지 않은 무게를 실었다. 이 총재는 “가계의 실질구매력 개선이 미흡한 것은 수출과 내수의 개선 속도를 제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여전히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소득 개선이 더디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등 소비 제약 요인은 크다는 뜻이다. 대외 불안도 위험 요인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라 세계 무역이 예상보다 늘지 못하거나 사드 관련 갈등 심화로 중국의 무역제한조처 영향 확대,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 확대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증폭 등이 한은이 꼽은 대외 불안 요인이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한-중 갈등과 관련해 “국내 관광객이 30% 줄고, 대중국 수출이 추세보다 2% 줄어드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했고, 이 충격이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고 이번 경제전망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미약한 회복세마저도 그 온기를 고르게 누리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업체가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는 터라 이 업종에 속하지 않는 쪽은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한은 전망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지난해(2.5%)보다 올해(2.0%)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나 설비투자는 지난해 감소세(-2.3%)에서 크게 반등한 6.3%로, 상품 수출도 지난해 2.2%에서 3.3%로 증가 폭이 더 높아진다.
특히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나리라고 예상된 데는 낸드플래시나 오엘이디(OLED)에 대한 세계 수요가 늘면서 이런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엘지전자, 엘지디스플레이가 올해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전체 국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이르는 이들 4개 업체는 올해 3조~4조원(물가를 반영한 실질금액 기준) 안팎의 투자를 한해 전보다 더 늘릴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3%포인트가량 끌어올리는 수준이다. 수출입 등에 미칠 파장은 빼고 설비투자 증가 자체만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남짓 끌어올리는 투자 증가 규모다.
한은은 올해 물가가 1.9%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2.0%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주열 총재는 “물가나 성장 경로 등을 염두에 둘 때 현재 통화정책 기조는 경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완화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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