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지디피는 작년 4분기보다 0.9% 성장하고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2.3% 증가했다고 한은은 밝혔다. 연합뉴스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0.9%로, 기존 예상을 웃돈 성적표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지표는 정보기술(IT) 분야 대기업 등 세계 경기 회복에 올라탄 수출 대기업과 건설업 주도로 이뤄진 것이다. 경기회복의 온기가 사회 전반에 고르게 퍼지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다. 당장 2~3분기에는 1분기 수준의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행은 27일 올 1분기 실질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속보치)이 0.9%(전기 대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0.5%)보다 두배 가까이 큰 성장 폭이며, 지난해 2분기(0.9%)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 속도다. 설비·건설 투자와 수출부문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4분기(-0.1%) 마이너스 성장한 수출부문은 1분기에 1.9% 증가했고,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각각 5.3%, 4.3%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경기 예측은 큰 변화를 거쳐왔다. 지난 1월만 해도 ‘3월 고용대란’, ‘4월 경제위기설’과 같은 시나리오가 나돌았지만 3월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따른 충격은 예상외로 크지 않았다. 외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국내 수출이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 국정 공백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소비심리도 점차 나아졌다. 국내외 경제분석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하지만 이런 성장 속도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1분기와 같은 성장폭이 올해 매 분기 유지된다면 연간 성장률은 3.6%에 이를 것”이라며 “예상보다 경기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2~3분기에는 속도조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은이 최근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6%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2~4분기 평균 성장률은 0.56% 수준이다. 여기에다 경제 성장을 견인할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쳐, 여전히 취약한 모양새다. 올 1분기의 ‘깜짝’ 성과는 ‘반짝’ 회복에 머물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특히 경기회복세는 일부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업종과 직업, 소득 수준 등에 따른 체감도가 다르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업종은 고용 유발 효과가 낮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소비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조사한 ‘현재생활형편CSI’ 지수를 보면, 월 소득 수준이 200만원 미만인 경우 지난해 12월보다 올해 4월 외려 악화된 반면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인 경우엔 같은 기간 해당 지수가 크게 올랐다.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에서 경기 회복의 온기를 더 많이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긍정적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위축에서 벗어나 확장적 선순환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회복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김경락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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