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무총리 및 국정원장 후보자와 비서실장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장 결재받아야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기획재정부 ㄱ과장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집을 벌써 수십번 읽었다.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한 발언도 빠짐없이 챙겼다. ㄱ과장은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즉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하겠다고 공약한 터라 곧 닥칠 일거리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하지만 새 경제팀 인선이 지연되면서 마음만 분주하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ㄴ국장도 “(현재 있는) 장·차관이나 1급들은 모두 떠날 사람들인 터라 보고하기가 마땅치 않다. 나조차 어디로 튕겨나갈지 알 길이 없는 탓에 국원들을 다그치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흘렀지만 새 경제팀 인선 작업은 예상보다 늦어지는 모양새다. 앞으로 착수해야 할 과제가 많은 기재부를 중심으로 관료사회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취임 즉시 추진한다고 공약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도 인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본격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추경 편성에 한 달 남짓 시간이 걸리는 점을 염두에 두면, 기재부는 오는 7~8월에 추경안과 ‘2018년 세법개정안’,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등 굵직한 정책들을 연달아 내놓아야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애초 이번주 초에는 발표될 것이라는 말이 돌았으나 어제부턴 경제팀 인선이 이번 주말쯤으로 연기됐고 후보군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경제팀 인선이 늦어짐에 따라, 기재부는 업무보고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에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팀 인선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우선 청와대 내 경제 참모만 6명에 이를 정도로 임명해야할 자리가 많다는 점이 꼽힌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에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정책실장과 일자리수석·경제보좌관·재정기획관 등 1급 이상 보직을 여럿 둘 예정이다. 여기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기벤처부 장관(신설) 등 경제부처 수장들에 대한 인선도 청와대 참모진 구성과 연동된다. 자리가 많은만큼 풀어야할 ‘인사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뜻이다.
현재 경제팀 후보군에는 학자와 관료 출신 등 다양한 이들의 명단이 오르내린다. 전직 관료그룹에 속하는 김동연 아주대 총장(전 국무조정실장), 학자 그룹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김현철 서울대 교수, 최정표 건국대 교수, 전현직 의원그룹인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부본부장·김기식 선대위 정책특보·윤호중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애초 부총리 후보로 거론돼온 이용섭 전 의원은 16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에 자리를 잡았다.
적임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있어, 과거보다 훨씬 더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개혁성과 전문성, 추진력, 도덕성, 행정 경험 등을 두루 갖춘 후보를 찾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10년만에 진보성향 정부가 들어서면서 후보군 간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인선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선 공약 수립에 참여한 한 실무급 인사는 “보수정권 10년 동안 많이 기다려왔다는 정서도 없지 않다. 후보군에 오른 이들 간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말 그대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5·9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핵심 인사들은 “지난 주말 지나고 나서 인사가 어떻게 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공약 수립 적임자와 정책 추진 적임자는 서로 다르다”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른다. 나는 그냥 쉬고 있다” 등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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