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의 유효성은 크게 취약해졌다. 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7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새 정부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5·9대선에서 임기 5년 동안 재정지출 증가율을 기존 재정운용계획의 두 배인 연평균 7%로 높이겠다고 공약했고 지난 5일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명확히 해왔다. 하지만 거시경제 정책의 또다른 축인 통화정책에 대해선 별다른 메시지를 던지지 않아왔다.
김 보좌관은 “저금리 시대에 통화정책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은 국내외 여러 곳에서 검증돼 왔다. 상황 변화에 따라 미시적으로 (금리)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금리로 경기를 관리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금리를 크게 내린 탓에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다. 가계부채 관리와 외국인 자금 유출입 등 금융안정에 좀더 주목해 (통화정책이) 운용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정부처럼 경기 부양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등 압박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한은은 2012년 7월부터 현재까지 모두 8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이후 연 1.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현재 금리 수준이 실질성장률(2% 중후반)이 잠재성장률(3% 내외)을 밑도는 경제여건 속에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완화적 수준으로 보고 있다.
김 보좌관은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규제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거시건전성 규제’ 정책은 다시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보좌관은 대출 규제 강화 정도나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오는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 수립을 지시한 바 있다.
김 보좌관의 이런 인식은 새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조합이 재정은 확장적으로 풀고 통화정책은 비교적 보수적으로 운용하며, 대출 규제를 강화해 돈 줄은 죄는 쪽으로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긴축 재정과 금리 인하, 대출규제 완화 등의 조처를 택한 박근혜 정부 때와는 다른 기조다. 박근혜 정부에선 재정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게 유지되면서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하고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김 보좌관은 정통 거시 경제학자는 아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경영학자다. 학위 취득 이후에는 신일본제철과 닛산자동차, 후지제록스 등 일본 기업에서 경영 자문과 임직원 교육 등을 맡았던 경력도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한 관계자는 “(김 보좌관은) 1980년대 후반 거품 경제 붕괴 뒤 20년간 일본 경제가 저성장에 빠져드는 과정을 현장에서 관찰한 몇 안 되는 학자 중 한명”이라며 “(저성장의 덫에 빠진) 현재 한국 상황에 적절한 처방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경험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거시경제 정책이나 금융 전문가가 부족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 보좌관은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장에 필요한 정책 처방을 내리는 게 중요한데 장하성 정책실장과 나는 그런면에서 적임자”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되거나 후보자로 지명된 경제팀은 재벌 개혁론자(장하성 정책실장·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예산 전문가(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고형권 기재부 1차관) 중심으로 짜여진 터라 상대적으로 일반 경제정책이나 금융정책 전문가는 부각되지 않고 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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