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돼온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현대중공업 사외이사직에서 중도 퇴임함에 따라, 후보 지명에 대비한 신변 정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14일 김석동 사외이사가 일신상 사유로 중도 퇴임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3월 사외이사직을 맡은 김 전 위원장의 임기 만료일은 2019년 3월이었다.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으로 금융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기업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유력한 금융위원장 후보로 부상한 상태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금융위원장을 지낸 뒤, 현재는 법무법인 지평의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굵직한 경제 현안에 대처하는 역량이 뛰어나 ‘대책반장’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나,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에 나선 탓에 ‘관치금융의 화신’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따라다닌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근 청와대 쪽 입각 제의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수락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래에셋 사외이사는 지금도 맡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외이사 퇴임은 진작에 신청을 해놓았던 건데 이번에 처리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김 전 위원장이 2003년 외환은행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관련 대주주 적격 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입각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이런 부정적 시선 등을 고려해 청와대와 김 전 위원장 쪽 모두 숙고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기로 하면서, 후보 지명 절차가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김 전 위원장이 입각할 경우,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금융감독원장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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