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에 따라 한국 경제가 불과 10년 뒤에는 성장률이 0%대에 그치고 30년 뒤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문화를 구축하고 출산 및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정책 권고가 뒤따른다.
6일 안병권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과 김기호·육승환 연구위원이 함께 작성한 ‘인구 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향후 인구구조 변동이 경제성장률(실질)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00~2015년 연평균 3.9% 성장률을 보인 한국 경제가 2016~2025년에는 연평균 1.9% 성장을, 2026~2035년엔 연평균 0.4%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이후로도 성장률은 차츰 떨어져서 2036~2045년 0.0%, 2046~2055년엔 마이너스 성장(-0.1%)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전망은 경제 성장에 영향을 주는 자본이나 총요소생산성(
기술발전 등으로 이뤄지는 생산성 증대) 등 다른 변수는 고려하지 않고 인구 변화만으로 따져본 것이다.
가파른 성장률 하락은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탓이다. 보고서가 분석한 각 기간의 생산가능인구(15~64살) 연평균 증가율은 0.71%(2000~2015년), -0.46%(2016~2025년), -1.20%(2026~2035년), -1.33%(2036~2045년), -1.26%(2046~2055년)다. 안병권 실장은 “고령화 사회(총인구 중 노인 비중 7% 이상)에서 초고령 사회(노인 비중 20%)로 넘어가는데 걸리는 기간이 미국은 94년, 일본 36년이지만 한국은 불과 26년 만에 진입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경제성장률 변화도 따져봤다. 가령 은퇴시기를 5년 연장할 경우 향후 10년간 성장률이 연평균 0.09%포인트 오르고,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6.8%) 수준으로 올리면 향후 20년동안 성장률이 0.25~0.28%포인트 가량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외에도 숙련도가 낮은 외국인 노동자를 앞으로 200만명 추가로 받아들여도 성장률은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함께 발표된 ‘고령화의 원인과 특징’이란 보고서에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도 담았다. 이 보고서를 보면,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나라들인 프랑스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5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복지지출 비중이 평균 3.5%이나 한국은 여기에 크게 미지지 못하는 1.4%에 그쳤다. 보육수당이나 출산휴직급여, 육아지원금 등이 출산율 회복국에 견줘 한국이 매우 적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출산이나 양육 여건이 양호할수록 여성이 경제활동에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1% 오르면 출산율은 약 0.3~0.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출산율 저하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주택시장 안정과 사교육비 경감을 통한 결혼·양육 비용의 부담을 줄이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가족 복지정책 확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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