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경영연구소 400명 설문
81% “저성장·저금리 심화될 것”
작년말 24만2천명…1년새 15%↑
81% “저성장·저금리 심화될 것”
작년말 24만2천명…1년새 15%↑
올해 들어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지난 5월 들어선 새 정부는 재정을 공격적으로 풀고 가계 소득을 늘리는 경제정책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에선 1300조원이 넘는 가계 부채가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부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도 정부의 고강도 규제 예고에 따라 불안한 모습이다. 부자들은 이런 혼돈의 시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움직이려 할까?
12일 케이비(KB)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이 넘는 부자 4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은 ‘2017년 부자보고서’를 보면, 일단 부자들은 국내 경제의 저성장 흐름이 더 심화될 것으로 봤다. 전체 조사응답자의 41.2%가 저성장·저금리 심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고 ‘약간 그렇다’라는 응답도 40%에 이르렀다. 장기 불황 가능성에 공감한 비중도 전체 응답자 중 43.7%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수익률도 낮아질 것이란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의 83.7%나 ‘과거에 비해 원하는 투자 수익률을 얻기 어려워졌다’고 답했고, 그 중에서도 ‘매우 그렇다’라는 응답 비중은 지난해 조사 때보다 무려 11.8%포인트나 증가한 48.1%였다. 연구소는 “새로운 투자보다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더 넓게 확산되고 있으며 총자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이런 인식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저성장 흐름이 짙어지면서 투자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지고 상황 변화에 발빠른 대응을 위해 현금을 움켜쥐려는 경향을 부자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국내 부동산 경기에 대해선 부자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향후 부동산 경기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부정적 인식 모두 전년 조사 때보다 각각 8.5%포인트, 7.1%포인트씩 증가했고, 두 의견은 각각 27.2%와 28.1%로 팽팽하게 맞섰다. 연구소는 “최근 부동산 경기 상승에 따른 기대와 함께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함께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풀이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를 부정적으로 응답한 부자 중 19.9%는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고 응답했으나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응답한 비중도 34.6%에 이르렀다. 당장 행동에 나서기보단 정부의 정책 변화와 시장 흐름을 관망하려는 부자가 더 많은 셈이다.
한편 이 보고서엔 보유 고객 정보와 통계청, 한국은행,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전체 국민 중 부자의 규모를 따져본 결과도 담겼다. 이를 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2016년말 현재 24만2천명으로 한 해 전보다 14.8%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총액은 전체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16.3%인 552조원으로 추산됐다. 부자들의 금융자산 보유 비중은 한 해 전보다 1%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전체 국민 중 부자 비중이 한 해 전보다 0.06%포인트 증가한 점을 염두에 두면 부자의 금융자산 보유 비중 확대는 부의 편중이 한 해 전보다 좀더 심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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