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부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7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핵심정책 토의''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17.8.25. 청사단.한겨레 김경호
정부가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정기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소득주도 성장에 가려져 있던 새 정부의 혁신성장 방안이 점차 구체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재부·공정위·금융위 핵심 정책 토의에서 “재정혁신과 혁신성장 기반 강화를 통해 3%대 성장능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각 부처별 정책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토의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 등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세 부처는 우리 경제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살려내야 하는 무거운 책임과 함께 시대적 요구에 따라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함께 떠안게 됐는데 정말 잘해주고 있다”며 “기재부, 공정위, 금융위가 국민 경제와 민생 살리는 희망의 드림팀이 돼 주실 것을 국민들과 함께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새로운 기술·서비스 영역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규제 적용을 아예 면제하겠다는 방안이다. 샌드박스란 어린이가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설치한 모래상자(sand-box)에서 유래한 단어다. 마음껏 뛰어놀고 성장할 수 있도록 혁신기업을 위한 놀이터를 마련해 주겠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규제프리존법은 너무 다양한 규제를 하나의 법개정을 통해 완화하려다 보니 그 과정에서 진통이 많았다”며 “새로운 기술 업종에 한정된 임시허가제를 도입해 규제에서 자유로운 창업 환경을 조성해 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는 김 부총리가 취임 전부터 강조해 온 사회보상체계의 개선 등 구조개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교통 등 공공성이 강한 영역을 시장에 개방하던 과거 정부의 규제완화와 달리,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규제혁신을 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규제혁신은 민간의 창의성을 극대화시키고, 기득권 구조에 기반해 이익을 추구하는 ‘지대추구 행위’에 경제적 자원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다. 앞서 영국과 일본은 핀테크 영역 등 신규 기술 업종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바 있다.
기재부는 혁신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혁신도시와 지역기업·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2018년 중 참여형 혁신·융합공간(Creative-Lab)을 70곳 이상 확충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재벌개혁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방안을 내놨다. 재벌개혁은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막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대표적인 지대추구 행위에 대한 제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는 부의 불법승계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클 수 있는 기업 생태계마저 황폐화 시킨다며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창업 활성화를 위해 이달 중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 폐지 대상을 확대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금융권의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연대보증 폐지로 연간 2만4천명이 최대 7조원 규모의 연대보증 굴레에서 벗어날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했다.
노현웅 이정애 김소연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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