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아라룸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트럼프 정부는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 만들어온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모든 측면에서 (미국의) 실수이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7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한겨레> 등과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미국 의회 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불만은 있지만, 그렇다고 과거로 되돌리자는 의견은 없다”며 “문제는 미국은 대통령에게 의회의 동의를 얻지 않더라도 무역협상을 좌지우지하고 무역을 방해하거나 다른 나라를 징벌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는 한-미 간 통상 현안 외에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잠재력 확충 전략 등 여러 경제 현안을 다뤘다. 그는 한국은행·기획재정부·국제통화기금(IMF)이 서울에서 연 국제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북한 핵실험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논리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안보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교역 문제와 연계할 공산이 크다. 나는 한-미 에프티에이와 같은 한-미 간 경제 합의가 이 문제(북한 핵실험) 탓에 사태가 더 커질 것 같지는 않다고 본다. 그러나 트럼프가 직접 그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의 갈등을 빌미로 한국 정부에 더 높은 통상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취지다. 포즌 소장은 “그런 전략은 미국 경제나 안보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에 미국이 금리를 세번 올리고 내년에 더 많이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변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다. 또 예산의 국회 통과 전망이 어두워 재정 부양이 어렵다. 연준으로선 금리를 시급히 올려야 할 필요성이 줄었다. 연말에 금리를 올릴지 불투명하고 내년에 한두 차례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변수다.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비롯해 교체 대상 연준 위원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을 연임시키지 않고 자신을 잘 따르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힐 것 같다. 이렇게 되면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준다.”
-한국 경제는 고령화 등으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여러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각자 (정책 권고) 리스트를 갖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4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여성의 노동 참여를 늘려야 한다. 일하는 여성을 늘리는 데 머무르지 말고 여성이 성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다음은 새로운 산업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나 선박 산업 등은 과거엔 성공했으나 미래도 그런 산업에 맡겨선 안 된다. 셋째는 내수를 키워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외에 고령화 부작용(노동 부족)에 대비해 이민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3% 성장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은 부동산 거품이 없었고 소비자 신용도 크게 늘지 않았다. 또 한국 정부는 통일 비용 등을 고려해 재정 여력을 많이 비축하고 있다. 저축을 줄이고 신용을 증대한다면 충분히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정부가 재정을 늘리면서 건전성 훼손 우려도 나온다.
“동의하지 않는다. 통일 비용 등을 고려해 다른 나라보다 여력을 더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여력을 지나치게 많이 쌓아둘 필요는 없다. 한국에는 공공투자할 영역이 많다. (적극적 재정 확대를 권고한) 국제통화기금의 시각과 나는 다르지 않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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